(성인소설) 프리섹스 8부 - 남자의 향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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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프리섹스 8부 - 남자의 향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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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프리섹스 8부 - 남자의 향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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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열두시가 넘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혜련과 점식식사를 마친 뒤 그는 아파트로 돌아왔다. 진은 왠지 썰렁한 기분이 들었다.


혜련과 뜨거운 한순간을 나누었으면서도 그녀가 그리웠다. 그녀의 따뜻한 체온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피곤에 지쳐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지고 말았다.


꿈 속인지 그녀의 누드가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났다. 진이 다가서자 그녀의 알몸은 뇌쇄적으로 그를 향해 덮쳐왔다.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의 온몸은 붉게 타오르고 있었고 얼굴은 걷잡을 수 없이 상기되었다.


그녀와의 관계가 이루어지려 하자 귓가에 불결해 하고 외치던 소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를 흔들어 깨운 건 그것뿐만 아니었다. 침실 벽시계가 일곱시를 알리고 있었다.




[여보세요...?]




무심결에 그가 수화기를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축 가라앉아 있었다.




[저 이진 씨 댁 아닌가요...?]


[예 맞습니다...]


[유혜련이에요...]




혜련 그녀의 이름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따뜻함이 느껴졌다.


[아...혜련 씨...]


[괜찮으세요...?]


[네 괜잖습니다.]


[목소리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잠을 잤더니 목소리가 가라앉았나 봅니다...]


[내일쯤 화랑에 나와주셔야겠어요...]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후 세시쯤 어떠세요...?]


[전 좋습니다... 그럼 그때 뵙도록 하지요...]




그녀는 간단하게 전화를 끊었다. 육체적 관계를 가졌던 둘 사이의 대화치고는 무뚝뚝하기 그지 없었다.


그는 서먹하게 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녀와의 대화는 지극히 직업적이고 상투적인 것에 불과했다. 진은 가볍게 웃음을 삼켰다.


초여름의 오후는 무료했다. 작품을 모두 넘긴 그로서는 스튜디오에 나가볼 양으로 집을 나섰다.


지프에 오른 진은 서서히 가속패달을 밟았고 아파트 입구를 막 벗어나려는 중이었다.


신호가 떨어져 대기할 필요 없이 직진하려는데 바로 옆 샛길에서 중형승용차 한 대가 급하게 튀어 나왔다.


순간 브레이크를 힘껏 밟아댔다. 하지만 차는 제동거리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밀려가 쿵 하고 부딪치고 말았다.


진이 먼저 차에서 내렸고 뒤이어 상대편 차의 운전자도 밖으로 나왔다.


진의 얼굴은 일그러졌지만 곧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운전을 그렇게 하시면 어떡해요...]




진이 차에서 내린 여자를 향해 퉁명스럽게 말했다.


가벼운 접촉 사고였고 서로 차 앞부분의 범퍼가 맞부딪쳐 일부분이 손상된 상태였다.


하지만 중형차의 앞바퀴 커버 부분은 손상 정도가 진의 차보다 조금 더 심한 편이었다.


여자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당사자가 여자였기 망정이지 남자였다면 진은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을 것이다.


여자는 빨간색 나시와 하체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꽉 달라붙는 반바지을 입고 있었다.


이십대 후반의 여자였다. 얼굴에는 귀티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 나이에 고급 중형차를 타고 다닐 정도면 꽤 부유한 집안의 여자일 것이라고 진은 생각했다.




[죄송해요...]




안절부절 못 하고 계속해서 허둥거리기만 하던 그녀는 계속해서 죄송하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곧 안정을 되찾았다.


인사 사고가 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었다.


진이 사고 부위를 살폈다. 그녀도 자신의 차와 진의 차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그가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연락처를 주시면 아니, 견적을 뽑아서 이리로 전화주세요...]




그녀가 차 안에 있던 메모지에 자신의 연락처를 적어주었다.




[충분히 배상하겠어요...]


[아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도 과속을 한 책임이 있으니까요...]




견적을 뽑는다고 해도 그리 많은 비용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 가벼운 사고로 전화를 하고 얼굴을 붉히며 신경을 쓴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실수룰 인정하며 진에게 메모를 남겼다.




[전화 기다리겠어요...]




합의를 볼 것도 없었다. 그녀는 자기 차의 손상 여부에는 관계없이 진의 차에 온 신경을 쓰며 몇 번이고 그에게 다짐을 받은 뒤 차에 올랐다.


차에 오른 그녀의 하체 엉덩이 부위가 탐스럽게 곡선을 만들었다.


차에 오른 그녀는 진에게 마지막으로 연한 미소를 보낸 채 사라졌다. 진도 담배를 끄고 차에 올랐다.


그는 스튜디오 앞 정비공장에 차를 맡기고 곧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창문을 활짝 열자 싱그러운 바람이 쓰다듬듯 얼굴로 쏟아졌다. 한 달여 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터라 안은 어수선한 편이었다.


진은 내친 김에 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빗자루로 바닥과 천장 구석구석에 달려 있는 먼지를 쓸어 모았다.


꽤 많은 양의 쓰레기가 모였다. 그것을 쓰레기 봉투에 담은 그는 마대를 빨아다가 바닥을 정성스레 닦았다.


그 두 가지의 일만으로도 스튜디오 안은 산뜻하게 가꾸어졌다.


암실의 바닥까지 말끔하게 닦은 그는 마지막으로 개수대에서 손 걸레를 빨아다가 바닥 먼저 소파와 탁자 그리고 작업용의 넓은 나무 책상과 조명기구를 닦았다.


그리고 나서 창틀에 꺼멓게 묻은 먼지까지도 깨끗하게 닦아냈다.




스튜디오 벽에 진열된 액자와 유리 표면을 마른 손 걸레로 닦은 뒤에야 그는 커피를 끊여 아늑하게 소파에 파묻힐 수 있었다.


창문으로 상쾌한 바람이 흘러들어왔다. 오랜만에 손수 해본 청소였다.


스튜디오를 청소할 때면 으레 소정이 와서 도와주곤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근래에 와선 뜸한 상태였다. 그 자신이 소정을 멀리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회 준비 때문에 바쁘기도 했지만 그것은 핑계거리에 불과했다.


그가 소정을 멀리하고 있었던 것은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정에게 다가설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은은한 커피향을 즐기는 그의 한손에는 담배가 쥐어져 있다.


그는 소정에게 그동한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과 함께 공복이 느껴졌다.


시계를 보니 아홉시 반을 길키고 있었다. 청소레 몰두하고 있었던 터라 설마 시간이 그렇게 흘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수화기를 들고 번호판을 눌렀다. 소정과 함께 간단하게 식사라도 하고 싶어서였다.


그녀의 오피스텔과 화실에 번갈아 전화를 해보았지만 신호만 길게 이어질 뿐 받지는 않았다.


아마 그녀는 작업에 열중하기 위해 전화기 코드를 뽑아 놓았을 것이다. 진은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금방이라도 맑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던 기대감은 사그러 들었다.


진은 그녀의 화실로 찾아가 볼까도 생각했지만 곧 포기하고 만다.


(그녀가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면...)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 자신도 작업을 할 때면 소정의 출현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곤 했었다. 그것은 소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무료함을 달랠 방법을 생각했다. 하지만 마땅히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었다.


차도 정비공장에 맡겨 놓은 터라 시외로 드라이브를 청할 처지도 아니었다.


진은 맞은편 건물 지하에 있는 단골 호프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길은 오직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았다.




[어서 오십시오...]




웨이터가 그를 알아보며 그가 자주 이용하는 자리로 안내했지만 진은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는 그곳보다는 홀이 나을 것 같았다.




[오늘은 여기 앉을게요...]




그가 홀 한켠의 아담한 자리에 앉자 웨이터가 메뉴판을 내밀었다. 그는 보지도 않고 과일안주와 병맥주 두 병을 주문했다.


잔에 맥주를 따르자 하얀 거품이 흘러 넘쳤다. 한 잔을 단숨에 비우고 나서 다시 술잔을 채운 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예상 외로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른 때 같으면 주객의 발기로 북적거렸을 시간이다.


벽에는 못 보던 그림 몇 점이 걸려 있었다.


각선미를 드러낸 여성의 나체가 선정적으로 그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여체는 신비스럽게 진을 끌어들였고 술맛을 달콤하게 불러일으켰다.




[오늘은 어쩐 일로 혼자 오셨습니까...?]




호프집 사장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진의 앞으로 다가왔다.


혼자서 쓸쓸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것보다는 말상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가 합석을 권했다.




[바람맞았어요...]




장난기 섞인 말투로 그가 말하며 웃음을 삼켰다.


사장은 진과 가벼운 농담정도는 스스럼없이 즐김만큼 안면이 있었다.




[아가씨는 어떻게 하시고...?]




그가 말하는 아가씨란 바로 소정이를 두고 한 말이었다.


진이 말없이 술잔을 비워 그에게 술잔을 건넨다.




[오늘은 어째 한가합니다.]


[그러게요... 요즘들어 뜸한데요... 다른 집들도 장사가 안 된다고 난리들이더라고요...]


[장사가 잘돼야 될 텐데...]


[산 입에 거미줄 치게 생겼으니...]




진의 걱정에 한술 더 떠 그가 죽는소리를 하며 진을 비웠다.




[결혼은 언제 하세요...?]


[때가 되면 하겠지요...]


[그 아가씨 참하게 생겼던데...]


[그래요...]


[제가 이진 씨라면 내일이라도 당장 결혼한다고 나리칠 겁니다..]




젊은 사장은 진을 부추기듯 말하고서 술잔을 채워주었다. 그러자 진이 빙그레 웃었다.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자 진의 얼굴에 붉은색이 드리워졌다.


그는 소정이 생각을 하다가 다시 한 번 전화를 해야지 하고 카운터 쪽을 바라보았다.


카운터의 전화기 앞에는 이십대 초반의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자가 좀전부터 수화기를 들고 내려놓을 생각을 않고 있었다.




[저 아가씨나 한 명 소개시켜 주세요...]




그가 젊은 사장에게 농담처럼 한마디를 던졌다.




[아이 참 요즘은 있는 사람이 더 밝힌다니까...]




젊은 사장이 실소를 자아냈다.




[그 말 진담이에요...?]


[그럼요...]


[그 말 약혼녀 되시는 분께 전해도 되겠어요...?]


[그건 사장님이 알아서 하시고 어때요...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요즘 애들은 워낙 싸가지가 없어서요...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지 않나 우리 가게로 오는 아가씨들만 봐도 그래요... 


하나같이 오자마자 담배를 시켜 놓고 쉴새없이 빨아대잖아요... 저야 이런 장사하니까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어때요... 피울 수 있으면 피우는 거죠... 개방적이고 좋잖아요... 여자들이라고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법도 없잖습니까...


술 마시는 거와 담배 태우는 게 뭐가 달라요... 술 마시는 것은 인정하면서 담배는 피우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어차피 몸에 해로운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피울 때 피우고 마실 때 마시는 거죠...]


[그건 그래요...]




젊은 사장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장이 젊은 여자들의 요청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난 후 그는 마저 남은 술을 비우고서 그곳에서 나왔다.


아파트에 들어온 시간은 열두시가 다 돼서였다.


그는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청소를 하느라 먼지와 땀이 몸을 진득거리게 만들었으므로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기에는 껄끄러움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샤워기를 틀자 곧 시원한 물줄기가 머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전면 거울에 드러난 군살 없는 자신의 몸을 진은 바라보고 있었다.


단단한 근육과 왕자를 나타내고 있는 복근 그리고 그 아래로 촉촉하게 물기를 동반한 우람한 몽둥이의 흔들림...


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 위에 혜련의 알몸을 그려 넣고 있었다.


그 뜨겁고 울부짖는 듯 거침없이 흘러나오던 그녀의 신음소리 상상할수록 그녀의 풍만한 여체가 진의 가슴속에서 불타올랏다.




물줄기가 그의 몽둥이에 닿자 야릇한 쾌감이 느껴졌다. 진은 한동안 부풀어 오른 자지에 샤워기를 대고 있었다.


혜련의 여체를 상상하며 음미해 나갈수록 그의 몸둥이는 더욱 단단하게 팽창되었다.


비누를 몸에 칠하자 거품이 일었다. 자지에 비누를 칠하자 순간 그는 더 강렬한 자극을 느꼈다.


그러나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았다. 진은 자신의 뜨거운 몽둥이를 몇 번 움직여보았다.


그러면 비누거품과 함께 알 수 없는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그녀의 누드를 더 세밀하게 관찰했다.


샤워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 소리가 마치 혜련의 신음소리로 들려왔다.


그는 뜨거운 욕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마치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몰려왔다.


비누거품이 가득한 자지를 손으로 움직이며 자위를 하자 미끌거림이 느껴졌다.


혜련의 하체에서 흘러내린 끈끈한 땀과도 같은 미끌거림이었다.


그는 마른 자신의 입술을 혀로 핥아 촉촉하게 적셨다 그는 그 수간 혜련의 가슴에 묻어나 있던 갈증을 생각했다.


그의 몸 전체의 감각이 자지 쪽으로 몰렸다. 미칠 것만 같았다.


혜련을 안고 미친 듯이 발광하고 싶었다.


그녀의 완숙한 육체의 율동을 그는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다.


진은 그녀를 떠올리며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달아오를대로 달아올라 더 이상은 멈출 수가 없었다.




샤워기에서 물줄기가 흘러내리듯 그는 자신의 몸에서 뜨거운 땀을 흘려내리고 있었다.


여체의 힘이란 대단했다. 진은 주체할 수 없는 흥분에 휩싸여 있었다. 그의 온몸의 감각은 한곳에 집중되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올랐다.


그는 샤워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가 수 많은 모래알처럼 자신을 조여오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달구어져 주체하지 못하고 최고조의 정점을 맞이했다.


드디어 진의 손놀림이 빠라졌다.




[허억...어...]




진은 한 순간 자신의 자지를 통해 물줄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혜련의 알몸이 이제는 사라진 상태였다. 샤워기를 더 세게 틀어 자신의 몸에 묻어 있던 비누거품을 씻기 시작했다.


몸에서 비누거품이 모두 제거되자 그는 나른함을 느꼈다.


잊었던 취기가 코끝으로 흘러나왔다.


그는 가운을 걸치고 침대로 가서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곧 잠이 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그는 한결 상쾌함을 느꼈다. 오랜만에 느껴본 달콤한 휴식이었다.


가운만을 몸에 걸친 채 그는 베란다 창문을 열고 맑은 공기를 가슴 깊숙이 들이마셨다.


조금은 시원한 기운이 감돌았다.




조깅과 아침식사를 마친 후 그는 곧 스튜디오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현상 작업을 마친 뒤 뒤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정비공장으로 향했다.


수리된 차를 끌고 나와 화랑에 도착한 시간은 두시 오십분 경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그가 들어가자 며칠 남지 않은 전시회 개장 준비에 직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를 알아본 한 여직원이 그에게 이층 사무실로 올라가 보라고했다.


진은 전시회장을 두루 살피다가 곧 이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서는 그의 발걸음은 설레임과 기대로 온통 들끓고 있었다.


혜련이 자신을 어떻게 맞이할까 어떠한 태도로 자신을 받아들일까... 진의 가슴이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똑똑'




진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이었다. 문을연 틈새로 혜련과 소정의 모습이 보였다.


진은 아까의 기대와는 달리 서먹서먹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소정이 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그였다.


진이 들어서자 혜련이 자리에서 일어섰고 소정은 앉은 채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의식을 깨운 건 소정의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의 가슴은 자신도 모르게 섬뜩 내려앉았다.




[어서 오세요...]




혜련의 말투는 싹싹했다.


그녀의 눈빛이 진을 보고 반짝거렸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극했다. 소정의 옆에 그가 가서 앉자 혜련도 앉았다.




[참 차 한잔 하셔야죠...]




그녀가 은밀하게 미소를 보내며 커피메이커의 전원을 올렸다.


소정과 혜련의 앞 탁자에는 막 끓여 내왔을 커피잔이 놓여 있었다.


혜련이 키피를 내오는 동안 소정과 진은 별 대화가 없이 서먹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곧 커피를 끊여 내왔다. 마주앉은 혜련의 얼굴에는 미소와 함께 알 수 없는 흥분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러나 절대 내색하는 법이 없었다.


그녀도 지난 밤 진과의 섹스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녀의 얼굴에 쾌감섞인 미소가 떠올려졌다.




[얘 약혼자가 왔는데도 왜 그렇게 시큰둥하게 앉아 있니...?]




혜련이 소정을 보며 말하다가 야릇하게 진을 쳐다보았다. 진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이제 개장일만 남았어...]


[이모 고마워...]




소정의 얼굴빛이 수그러드는 듯 보였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모라는 말이 진으로선 조금 어색했다. 그녀의 이모 라는 발음은 혜련에게 상당한 친밀감을 내포하고 있었다.


외가 쪽의 먼 친척뻘 되는 그녀에게 스스럼 없이 그런 말이 흘러나올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같은 일을 한다는 동질성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진의 마음이 착찹해져 왔다. 당장이라도 그 어색한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오늘 이진씨를 오시라고 한 건 마지막으로 한번 더 작품 배열에 신경을 좀 써주셨으면 해서예요. 그리고 오랜만에 셋이 차라도 한잔 마시고 싶었구요...]


[그럼 더 필요한 건 없으시죠...?]


[네 완벽해요...]


[이모 고생 많았어...]


[얘는 내가 무슨 고생을 했다고 고생은 이진 씨가 했지...]




대화가 이루어지면서 셋의 어색한 공간은 좁혀졌다.


혜련의 얼굴에는 연상 웃음꽃이 감돌았으며 소정의 얼굴도 밝아졌다.


진은 두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이모 조카 사이의 대화는 얼마간 그렇게 이어졌다.




[오늘 소정이 맛있는 것 좀 사주고 둘이 오붓한 시간 즐겨요...]




혜련이 일어서면서 말했다.


진도 일어선 채 옷을 단정히 하고 있었다. 소정은 그제서야 혜련과 함께 일어섰다.




[아래층까진 못 내려갈 것 같아요. 급한 볼일이 있어서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혜련이 진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래층 전시장에 내려온 진과 소정은 마무리 진행 상황과 작품 배열을 살펴보고는 서먹하게 밖으로 나왔다.


진은 밖으로 나오며 자신과 소정을 마중한 혜련의 반짝이는 눈빛을 다시금 생각했다.


혜련이 그 순간 어떠한 감정을 느꼈을까... 얼굴빛으로 봐서는 분간하기 힘든 내면의 심정은...


그녀에게 그러한 것들은 무관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섹스는 섹스 그 자체일 뿐이니까.




[오늘 시간 어때...?]


[...]


시외로 드라이브나 할까...?]


[...]


[왜 대답이 없어...]


[...]


[그냥 집에 들어갈래...]


[...]


[차 가져왔어...?]


[...]




소정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진도 무뚝뚝한 채였다.




[들어가...]




그가 자신의 차 쪽으로 돌아서려 하자 뒤늦게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그냥 갈 거예요...?]




울 것 같은 그녀의 음성이 그를 붙잡아 세웠다. 그는 다시 소정의 옆에 돌아와 서 있있다.




[그럼...]


[드라이브해요...]




그러면 내 차로 가지. 소정이 차는 나중에 가져가기로 하고...]




[좋아요...]


[어디로 갈까... 우선 차부터 타고 차차 생각하자...]




그가 자신의 차로 향하자 소정은 뒤를 따랐다.


소정은 흰색 니트에 흰 면 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햇살이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그녀에게선 마치 순수함과 청량감이 누꽃처럼 흘러 넘쳤다. 진이 먼저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소정이 앉아 있는 쪽을 그가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디로 갈까...?]


[...]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말해 봐...]


[아무데로나 가요...]


[가평 쪽은 아때...? 그곳에 알아둔 멋진 카페도 한 곳 있는데 우리 그리고 갈까...?]


[좋아요...]




진의 얼굴에 설레임으로 가득 찬 미소가 흘러나왔다. 소정은 여전히 무표정한 채 앉아 있었다.


그가 소정에게 안전벨트를 매주었고 자신도 안전벨트를 맨 후 차를 출발 시켰다.


경춘가도에 들어서면서부터 진의 지프는 제 속도를 벗어나 적당한 과속을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소정은 아무 말도 없었고 지도 마찬가지였다.


둘 사이에 흘러든 말이라고는 진이 핸드폰으로 카페에 예약하는 것이 전부였다.


소정이 차창 밖으로 드러난 넓은 강가를 보자 얼굴이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했다.




[우리 가볍게 산책이나 하고 저녁식사 하러 들어갈까...?]


[그래요...]




진의 부드러운 말에 소정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했다.


차를 주차시킨 뒤 강가를 향해 내려갔다. 초여름의 싱그럽고 산뜻한 바람이 적당히 불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찰랑거리는 물결소리가 들려왔다.


진은 소정의 손을 꼬옥 붙잡고 있었으며 그녀 또한 거부하지 않고 그에게 이끌리고 있었다.


황혼이 잔물결 위로 쏟아져 진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소정의 얼굴은 주홍으로 물들어 진의 가슴에 그대로 파묻혀 들어왔다.




[미안해...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게...]


[...]




진이 그윽하게 소정의 동공을 빨아들이듯 말했다. 소정은 한결 화사한 얼굴이었지만 말문은 터지지 않았다.




[어제 식사나 함께 하려고 전화했었는데...]


[작업실에 있었어요... 전화벨이 자꾸 신경쓰여서 코드를 뽑아 놓고 있었는데...]


[다행이야...]


[네...?]


[어제 안났으면 오늘 여기에 오지 않았을 거 아냐... 소정이가 즐거워 하는 모습 보니까 좋다...]




소정이 피식 웃음을 삼켰다.




[소정이 한테 내가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


[저도 그래요...]


[앞으로는 좀더 편안하게 대해 줄게 그동안 나 때문에 신경 많이썼지...]




그래 소정은 흘러간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랑이란 감정을 울컥 쏟아 놓을 수 있는 상대이기에 진은 그녀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었다.


그녀의 어깨에 그가 팔을 두르자 가볍게 소정의 팔이 그의 허리를 감아왔다. 두 사람의 거리는 일순간 좁혀졌고 허물없이 자신들의 속마음을 늘어놓았다.




[그날 실망했죠...?]


[조금...]


[미안해요...]


[미안해...]


[난 오빠를 믿어요...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 이해해...]


[준비가 될 때까지 만이라도 기다려줘요...]


[그래...]


[사랑해요... 오빠...]


[나도 사랑해 변함없이 영원히...]


[몇 년 만에 이렇게 나와보는 건지 모르겠어요... 정말 좋아 오빠알 함께 있어서 더 그런가 봐요...]


[다행이야...]


[나 힘들게 만들지 말아요...]


[그래 이제 그러지 않아...]


[이젠 부모님 생각도 잊으세요...우리 결혼해서 잘살면 그것으로 만족하실 거예요... 항상 그런 말씀하셨잖아요...]


[...]


[우리 이제 식사하러 가요... 홀가분하게 술도 한잔 마시구...]




소정의 어깨에 올려져 있던 그의 팔에 힘이 지그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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