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천사 1
아... 오늘도 늦잠이다.
나른한 잠의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혜숙은 재빠르게 샤워만 하고 우유 한 잔을 삼키고는 문을 잠갔다.
어이구… 오늘도 지하철은 만원이다.
조금만 일찍 일어났어도 여유 있게 올 수 있는데. 뭐 물론 지금 시간만의 장점도 있지만 그게 항상 그렇게 잘 되는 것만도 아니고.
거의 매일 실속 없는 출근길이 되다 보니 이젠 만원 지하철은 지겨웠다.
퇴근길은 그래도 좀 비전이 있는데 출근은 영 황이다.
혜숙은 교대역에 내려서 3호선 방면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다리 사이에 뭔가 쏠리는 느낌을 받았다.
소변이다.
혜숙은 황급히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휴~~~ 시원.
티슈를 꺼내 다리 사이를 조심스레 닦았다.
혜숙이는 다리 사이에 유난히 털이 무성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내 별명은 모자였다.
뭐 모자를 좋아하거나 자주 써서 생긴 별명은 아니다.
毛子라고 말하면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나는 유난히 털이 많았다.
겨드랑이는 물론이고 다리 사이는 거대한 숲을 이루었다.
중학교 때는 별로 많지 않았는데 중 3경부터 털이 무척 많아졌다.
그러다 중3 때 여름 친구와 수영장에 갔는데 친구는 탈의실에서 탄성을 질렀다.
계집애. 이 털 좀 봐! 정말
어머. 왜 그래. 쪽팔리게. 너는?
난 그제야 내가 털이 무성한 것을 알았다.
친구의 것은 마치 바닷가의 조개처럼 밋밋하면서 귀여웠다.
하지만 풀에 들어가서 스타가 된 것은 물론 나였다.
아직 가슴도 조그마했고 몸매도 고만고만했던 때였지만 하얀 원피스 사이로 비친 내 보지 털은 수많은 남학생의 표적이 되었다.
딴 곳을 보는 척하면서 힐끗 보는 눈길.
아예 물속에서 맘껏 보는 족속들.
어떤 치들은 수영하다가 실수인 척 나를 향해 돌진하고 부딪쳤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관심이 없는 척했지만 내가 처음 오나니를 하게 된 것은 그날 집으로 돌아온 후였다.
털이 많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화장실에 가서 오줌을 눌 때마다 보지 털에 오줌이 묻어 닦는 데 휴지가 많이 들었다.
백 원짜리 휴대용 티슈로는 하루도 못 버틸 정도니.
그나마 휴지를 깜박했을 때면 그냥 팬티를 올려야 했고 난 온종일 지린내를 풍겨야 했다.
그런 날 치마라도 입으면 그 냄새는.
수영도 그렇다.
고등학교 막 들어갔을 때만 해도 그렇게 히트를 쳤던 내 보지 털은 나날이 무성해져서 급기야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아예 수영복을 입을 수 없게 되었다.
수영복을 입으면 털이 자꾸 수영복 옆으로 밀려 나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심했다.
그렇지만 난 내 그런 점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오히려 난 내 털을 개성이라 여긴다.
사실 얼마나 많은 남자가 내 털에 뿅 갔는가!
난 겨드랑이의 털도 절대 면도 안 한다.
보지 털은 내 자랑거리다.
혜숙은 사무실에서 오늘도 그렇고 그런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정말 지겨워. 요즈음은.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예감이 좋았다.
낮에 김 대리가 집적거리며 술 한잔 산다고 했지만, 약속이 있다고 사양했다.
더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에 혜숙은 퇴근 때까지 가능성을 점쳐보았다.
일이 끝나자마자 혜숙은 일어났다.
김 대리가 서운한 눈치였지만, 뭐 세상사 다 그런 거지.
혜숙은 바로 지하철로 달려갔다. 그리고 화장실.
그녀는 정성스레 화장했다.
야릇한 향수도 좀 뿌리고 중요한 거, 루즈를 꺼냈다.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에 걸터앉았다.
팬티스타킹을 벗었다.
미끈한 다리.
혜숙은 다리를 벌려 손가락을 조심스레 구멍으로 가져갔다.
조심스레, 아주 조심스레.
그녀는 털이 수북한 구멍 속으로 살살 공알을 문질렀다.
하... 짜릿한 기분.
한 3여 분 정도, 조심스레 문질렀다.
그리고 손을 빼 다시 숨을 골랐다.
다시 그녀는 루즈를 들어내 꽃잎에 문질렀다.
마치 입술에 루즈를 칠하듯 아랫입술에 루즈를 발랐다.
다시 쾌감이 다리 사이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아앙.
다시 숨을 고르고…
이제 준비는 다 되었다.
오늘은 좀 괜찮은 녀석이 걸리면 좋겠는데.
혜숙은 사람이 많은 칸을 골라 탔다.
이제 시선을 깔고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이런 정말 사람이 많군. 괜찮은 자식 하나 없고.
혜숙은 즉시 담 정거장에 내려 다음 차를 탔다.
그녀가 타는 순간 눈동자 하나가 번뜩인다. 혜숙도 힐끗 쳐다보았다.
키도 그럭저럭 크고 얼굴도 보통 이상. 그리고 체격이 좋다.
오케이...
혜숙은 기다렸다.
기차가 흔들리고 사람들이 출렁이는 사이 어느새 남자는 가까이 왔다.
그러다가 기차가 급정거하는 순간 꽂혔다.
혜숙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놀랐다.
별로 큰 물건은 아니었다.
항상 남자들은 성급하게 처리한다.
물론, 여긴 그럴 상황이지만 적어도 손으로 팬티는 먼저 재낄 줄 알았는데, 어떻게 팬티 안 입은 줄 알았지?
혜숙은 그 남자가 책을 떨어뜨린 척 고개를 숙이면서 치마 속을 훔쳐본 걸 몰랐던 것이다.
혜숙은 서서히 그 남자의 물건을 보지 가득 느꼈다.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꽉 찬 느낌이 서서히 욕망을 증폭시켰다.
혜숙은 옆을 보는 척 힐끗 그 남자를 훔쳐보았다.
그 남자는 무표정하게 혜숙 너머 창밖을 보았다.
혜숙의 검은 미니스커트가 약간 말려 올라오긴 했지만 선 처리가 잘되어 티는 안 났다.
혜숙은 핸드백으로 히프와 사타구니가 만난 곳을 가렸다.
옆에서라도 누가 보면 안 되잖아.
그리곤 혜숙은 천천히 히프를 움직였다.
사내도 그제야 안심한 듯 기차의 리듬에 맞추어 사타구니를 흔들었다.
아무리 혜숙이 노팬티로 다리를 벌리고 서 있었다고 해도 조심하고 있었다.
혜숙은 미리 화장실에서 흥분시켜놓은 터라 금방 달아올랐다.
그렇게 안 하면 사내는 자기만 싼 채 가버리고 혜숙은 막 달아오를 때쯤 빈 보지로 다음 상대를 찾아야 하곤 했었다.
그건 너무 허전하고 무모했다.
사내는 어느새 한 손을 혜숙의 앞쪽 계곡으로 가져갔다.
혜숙도 한 손을 사내의 엉덩이로 가져가 그의 피스톤 운동을 도왔다.
하아아...하아아....아아...
사내는 계속 무표정했지만, 그의 운동은 점점 가빠졌다.
그건 혜숙도 마찬가지였다.
숨이 가빠진 건 이미 오래전.
아마 러브호텔이었으면 지금쯤 마음껏 신음을 내질렀겠지만, 하지만 그 때문에 오는 쾌감도 큰 거니까.
혜숙은 이를 꼭 깨물었다. 이마에 땀이 맺혔다.
하아악...으으..
사람들은 서로들 부대끼기에 바빴고 혜숙이와 사내가 무얼 하든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한 사내, 누군가가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혜숙은 쾌감에 사방이 하얗게만 보였지만 그 얼굴이 어딘지 낯익어 그 와중에 기억을 더듬었다.
하아아...아악..응.......응...앗..
혜숙은 기어이 그 사내를 기억했다.
그 사내는 2주쯤 전에 혜숙이 뒤에 섰던 사내였다.
그 사내는 혜숙일 기억하는지 못하는지 혜숙이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 사내의 주변에도 꽤 반반한 계집이 하나 있었다.
혜숙은 그 사내를 보자 더욱 뜨거워지는 자기 몸을 느꼈다.
하아악...아아앙앙.
사내가 갑자기 둔탁하게 히프에 부딪쳐왔다.
순간 혜숙의 보지 속에서 무언가가 터졌다.
사내의 물건이 싼 것이다.
사내의 자지는 그리 크진 않았지만 터지는 순간 혜숙은 전엔 느끼지 못했던 힘을 느꼈다.
아앙..
혜숙도 순간 눈을 감았다.
다리에 힘이 쭉 풀리고 손잡이를 잡았던 손에도 힘이 빠져 손잡이를 놓쳤다.
혜숙이가 이 짓을 열몇 번 했어도 이렇게 힘이 빠지도록 강렬했던 적은 없는데. 정말이지 혜숙은 넘어질 뻔했다.
앞뒤로 빽빽한 사람들만 아니었어도. 혜숙은 눈을 감고 쾌감을 음미했다.
희열을 느꼈다. 아주 여유롭게.
혜숙은 뒤에서 뭔가가 텅 비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런 호기심으로 오르가즘을 포기하진 않았다.
이 자유로운 느낌.
혜숙은 세 정거장 정도를 더 가서야 뒤의 사내가 내렸다는 사실과 아직도 자기 다리 사이로 사내의 좆 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혜숙은 다음 정거장에서 재빨리 내려 화장실로 갔다.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간 혜숙은 사내의 얼굴을 떠올리려 애쓰면서 보지 속으로 스민 그의 정액을 닦아내려 애썼다.
정말이지 대단한 남자야. 크지는 않지만 그런 물건이.
혜숙은 닦아내면서 다시 뜨거워지는 아랫도리를 느끼며 다시 스타킹을 내리고는 격렬하게 공알을 문질렀다.
********************
거리는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그리고 화려한 네온이 가득 메운 거리마다 가득 찬 연인들. 서로 부둥켜안고 무슨 사연이 그리 많은지 웃고 웃는 연인들. 서로 경쟁하듯 높인 미니스커트의 아가씨들.
한 아가씨가 지나가다 바지 위로 불뚝 선 사내의 물건을 보고는 휘파람을 휘익~불고는 씩 웃으며 지났다.
강철도 싱긋 웃으며 윙크를 하고는 손을 한 번 흔들어주고는 지났다.
아가씨의 검은 스타킹 속에 숨은 다리가 무척이나 예뻤지만, 지금은 영 생각이 생기질 않았다.
강철은 그냥 피식 웃고는 발걸음을 정했다.
당구장에 가서 녀석들이나 봐야겠다.
걸음을 옮기며 강철은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참 굉장한 여자였다.
강철은 나름대로 자신의 물건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그리 큰 물건은 아니었지만, 그의 것은 강했다.
그 누구보다도.
그래서 그는 항상 주위 여성들의 강한 주목을 받았고 사랑받았다.
하지만 지하철에서의 그녀는 지금까지 그가 경험했던 여자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그녀도 무언가 강한 게 있었다.
그 속의 무언가가.
********************
철이가 처음 딸딸이를 배운 것은 중학교 때였다.
그전까지 그가 성욕을 느낀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비키니의 미녀 사진이나 그림 같은 것을 보면 그는 사타구니에 무언가 쏠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물건에 손을 대 본 적은 결코 없었다.
그러던 그의 중1 여름방학. 그는 친한 친구 기정이의 큰집이 있는 부산에 며칠 놀러 갔다.
해수욕장에도 가고 자갈치시장 구경도 가고 즐겁게 놀던 어느 날, 비가 내려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철이는 기정이의 부산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마침 그 집에는 기정이 친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장기도 두다가 책도 보다가 영 짜증이 났다.
에이. 이놈의 비. 축구도 못하잖아.
그러게.
마… 재밌는 일 없다 하면 만들면 되지 않노. 봐라. 내 재미있는 거 보여주마
기정이의 친구 놈은 새삼 집안을 둘러보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봐라. 이거 마, 우리 형님 건데 죽인다, 마
철이는 기정이의 어깨너머로 무엇인가 넘겨보았다.
그건 포르노 잡지였다.
철이로서는 첨보는 포르노 잡지였다.
철이는 새삼 팬티 속이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잡지는 정말 놀라운 걸로 가득하여 있었다.
봐라. 양놈들은 자지가 완전히 짐승이다. 마. 하지만 양년들은 정말 죽인다. 카. 저 젖통 좀 봐라. 기정이 네 머리보다 크겠다.
야. 외국 여자는 보지 털도 금발이네.
기정이가 놀라운 듯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철이는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았다.
철이는 마치 질식할 듯 답답했다.
마. 철이 자식 얼굴 좀 봐라. 카… 괜찮다. 해라 뭐.
하지만 철이는 무슨 소린지 몰라 멍한 눈으로 그 녀석을 보았다.
자식… 너 모르나. 자식. 순진하기는
녀석은 포르노 잡지를 넘기더니 한 여자가 보지에 전화선으로 비비는 사진을 폈다.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이다. 봐라. 어떻게 하는지.
기정이도 그 녀석을 따라 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기정이도 무언지 아는 모양이었다.
자식.. 뭐해? 너도 빨리 따라 해
기정이가 능숙한 듯 한 마디 던졌다.
철이도 그들을 따라 바지 지퍼를 내렸다.
뭐. 별거 아니고 그냥 손으로 잡고 흔들어라. 그게 다다.
녀석은 손으로 자지를 잡고 흔들었다.
녀석의 자지는 기정이나 철이 것 보다 훨씬 컸다.
철이가 크기로는 제일 작았다.
녀석은 아까 펴놓은 사진을 보며 계속 손을 흔들어댔다.
철이도 따라서 손을 흔들어댔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철이에게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내 몸에 이런 게 있었다니!
철이는 놀라서 손을 떼었다가 조심스레 다시 자지를 잡았다.
그리고는 다시 천천히 왔다 갔다 해보았다.
그러니 다시 느껴졌다.
세상에 이런 기쁨이 있었다니
셋은 정말이지 무섭게들 흔들어댔다.
그러다가 한순간 기정이가 한숨을 푹 쉬며 뒤로 자빠졌다.
휴. 기정이는 숨이 가쁜지 계속 누워있었다.
그러나 철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흔들어댔다.
그러다가 이번엔 친구 녀석이 으윽 하더니 사타구니에 손을 박은채 앞으로 엎드렸다.
철이는 계속 흔들어댔다.
그 쾌감. 한순간 철이는 번개를 맞은 듯 짜릿함을 느꼈다.
철이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철이는 가만히 뒤로 스러졌다.
짜릿함!!!
네 이거 뭐냐?
철이는 놀라 눈을 떴다.
기정이와 친구는 자지를 꺼내놓은 것도 잊은 채 철이의 자지를 보았다.
철이의 자지에는 기정이나 부산 친구가 본적 없는 뭔가 끈끈한 게 나오고 있었다.
껄떡대며, 좀 이상한 냄새도 나고.
철이는 씩 웃으며 손으로 그걸 닦았다.
철이도 몰랐지만, 알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
강철은 시계를 보았다.
9시.
그렇다면 그 여자는 아마도 회사원이었겠군. 차림새도 그랬었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녀의 생각을 하며 강철은 당구장의 문을 밀고 들어섰다.
당구장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은경이밖에는.
은경은 전화 통화를 했는지 막 수화기를 내려놓고 있었다.
안녕.
어머. 오빠.
철이 보다 나이가 3살 많은 은경은 항상 철이를 오빠라고 불렀다.
은경은 얼굴이 빨개지도록 반색하며 반겼지만, 강철이 무슨 생각에 잠겨 무표정하게 있자 표정을 가다듬었다.
공 좀 줘
은경은 공을 깨끗하게 닦아서 당구대에 올렸다.
오빠. 나 잠시만.
은경은 종종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에라도 가나?
강철은 은경의 뒷모습을 잠시 쫓다가 다시 다마에 집중했다.
은경은 26살이라기보다는 10대의 소녀처럼 보였다.
뭐 26살이 늙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은경은 그 이상이었다.
그래서 은경이 철이를 오빠라 불러도 하나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다.
강철이 막 맛세이를 찍으려는 찰나 삐삐가 왔다.
진동에 놀란 철은 삑사리를 하고는 짜증이 났지만 어쩌겠는가. 삐삐를 부술 수도 없고.
철이는 번호를 확인했다.
오잉? 이 전화번호는 당구장 전화번혼데? 바로 여기. 은경이가?
순간 은경이 현관을 밀고 들어왔다.
은경이의 화장이 약간 짙어져 있다.
은경은 철이가 삐삐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싱긋 웃었다.
은경의 손이 히프를 사르르 스쳤다.
은경이의 검은 스타킹으로 흐르는 곡선미.
오빠. 당구 한 게임 치를까?
철이는 그랬구나 생각했다.
이 시간에 당구장에 사람이 없을 리가 없었다. 한창 붐빌 시간인데.
그리고 아마도 은경은 지금 셔터를 내리고 온 것일 것이다.
철이는 잠시 망설여졌지만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좋아. 짜장면 내기.
강철은 큐대로 흰 공을 겨냥했다. 오마옷시다.
은경이 천천히 강철의 뒤로 다가왔다.
강철은 큐대를 쭉 밀었다.
백구가 빙글 돌며 씨내루를 먹어 멋지게 적구를 쳤다.
그에 상관없이 은경은 뒤에서 강철의 바지를 벗겼다. 아주 부드럽게.
********************
오늘따라 신도림역의 여자 화장실은 너무도 조용했다.
다른 때 같으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사람들의 소리에 정신이 없던 곳이고, 그 소란함을 빌린 향연으로 번잡하던 곳이 오늘은 드나드는 사람조차 없이 조용했다.
혜숙은 시계를 보았다. 9시가 약간 넘은 시간이었다.
30분이 넘게 비비고 있었군. 아.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
혜숙은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애액으로 흠뻑 젖은 보지 털을 닦아내고는 스타킹을 걷어 올렸다.
거울을 꺼내 잠시 화장을 고친 그녀는 아무 일이 없었는 듯 태연하게 화장실을 나와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지하도를 따라 올라오던 혜숙은 다시금 시계를 보았다.
오늘은 왠지 자꾸 시계를 보게 된다. 뭐가 이렇게 허전하고 불안한지.
아직 9시 반밖에 안되었다.
이대로 집으로 향하면 혜숙은 아마도 집에 갈 때까지 10번은 더 시계를 더 보고, 집에 가서 20번은 더 다리 사이로 손이 갈 것 같았다.
오늘은 애초에 혜숙이 준비를 한 날이었지만 그 사내가 너무도 강렬하게 불을 당겨놓아서 영 진정이 안 되었다.
아까 화장실에서 주무른 걸로는 어림도 없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혜숙은 전화박스로 향했다.
여보세요. 응.. 미애니? 나야.. 응.. 그래. 미애야. 그래? 정말이지? 그래. 그쪽 가서 다시 전화할께.
미애는 혜숙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혜숙이 미애를 처음 본 것은 고1 때다.
미애와 같은 중학교를 나온 애들 사이에 미애는 무척 평이 안 좋았다. 뭐 너무 밝힌다나.
미애는 중2 때 일본에서 왔다고 한다.
어릴 때 일본에 가서 살다 온 것이다.
혜숙은 미애에 대한 호기심이 무척이나 컸다.
언덕 너머 동네를 궁금해하는 그런 심리랄까.
미애는 동창 년들이 무어라 말하든 상관 안 하고 지내는 듯 보였으나 역시 외로웠었나보다.
미애는 혜숙이가 자기에게 친구로서 관심이 있는 것을 알자, 역시 관심을 가지고 혜숙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둘은 가까워진 것이다.
미애와 혜숙은 처음부터 마음이 잘 맞는 친구는 아니었지만 서로 노력을 하다 보니 둘은 이젠 헤어질 수 없는 단짝이 되었다.
첫 키스의 추억.
고1 여름방학을 한 달 남긴 그 덥던 6월. 미애와 혜숙은 체육 시험 때문에 일요일에 학교에서 만났다.
다음 주에 테니스를 시험을 보는데 미애의 스트로크가 영 서툴렀다.
둘은 살갗이 까맣게 타는 것도 잊은 채 땡볕 아래 너무도 열심히 연습했다.
미애가 어느 정도 백핸드까지 칠 수 있었을 때 둘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아이고.. 나 어떡해. 이렇게 흠뻑 젖어서. 집에선 도서관 간 줄 아는데.
도서관은 웬 도서관? 근데 집에서 네가 도서관 간다고 하여도 믿어줘? 미안. 헤헤.
미애가 혀를 날름하며 방긋 웃었다.
혜숙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미애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으니.
혜숙이가 도서관에 간다고 아침에 부지런을 떨자 아버지가 놀라며 대뜸 용돈까지 주었다.
그럼 우리 집에서 목욕하고 가. 아마 지금 아무도 없을 거야. 자, 우리 집까지 달리기 시합이다. 준비! 출발!
혼자 말을 하고는 미애는 집을 향해 뛰어갔다. 혜숙이도 질세라 따라 뛰었다.
헉...헉...
온종일 테니스를 치고 또 뛰려니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간발의 차로 미애보다 늦게 미애네 집 현관문을 통과한 순간 혜숙은 마찬가지로 숨을 헐떡거리며 계단에 기대어선 미애를 보았다.
미애가 문을 잠그러 다가왔다.
근데 문을 잠그자마자 멍하니 혜숙을 보던 미애가 갑자기 혜숙의 뺨을 잡더니 대뜸 미애의 입술이 다가왔다.
숨이 가빠 입을 벌리고 있던 혜숙의 입술 속으로 그대로 미애의 혀가 들어갔다.
미애는 혀를 넣은 채 혜숙의 혀와 엉키면서도 입술로 혜숙의 입술을 비볐다.
짜릿!!!
전기가 통하는 듯한 느낌. 혜숙은 짜릿한 무언가를 느꼈지만, 무의식적으로 미애의 키스를 뿌리쳤다.
미에...너!
.............
네가 어떻게.
혜숙아. 미안해. 나도 모르게.
혜숙은 문을 열려고 뒤로 돌았다.
혜숙아. 집에서 도서관 간 줄 안다며... 나 안 그럴 테니까 씻고 가.
미애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혜숙은 그냥 가려 했지만 미애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혜숙은 말없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혜숙은 바로 욕실로 향했다.
욕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는 멍하니 거울을 보았다.
아직은 별로 안 큰 유방이 파도치도록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좀 전의 그 쇼킹한 첫 키스. 여자끼리 어떻게, 내 첫 키스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줄 건데. 하지만 그 짜릿함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했어. 가만히 있을 걸 그랬나? 바로 집으로 갈걸 그랬어. 그냥 익숙한 듯 나도 꼭 안아줄걸.
이런저런 생각이 거울 너머로 마구 흘러갔다.
혜숙은 복잡한 생각에 거울을 보고 있을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눈길이 창틀로 갔다.
창틀에는 사진틀에 사진이 한 장 있었다.
미애의 사진, 미애가 동물원에 가 찍은 사진이 있었다.
그러나 사진 속에 있는 미애는 좀 전까지 혜숙이 알던 미애가 아니었다.
혜숙이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예쁜 그런 소녀가 사진 속에서 방긋 웃고 있었다.
아~~
혜숙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뱉었다.
이제 혜숙은 거울을 볼 수 있었다.
거울 속에는 누구보다도 미애를 간절히 사랑하는 혜숙이 있었다.
혜숙은 흠뻑 젖은 티셔츠 위로 살짝 유방을 눌렀다.
땀에 젖어서 브래지어의 윤곽이 그대로 티셔츠에 붙어있었다.
작년 여름 이후 자신의 숱한 손길로 다듬어진 가슴이며 사타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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