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한 몸 - 2.저주받은 몸.
저주받은 몸.
“하아...하아...”
닫힌 방문을 손톱으로 벅벅 긁으며 처녀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제발 누가 누가 나 좀 도와주세요...제발...”
하지만 아무리 애원을 하고 문을 두드리고 또 손톱으로 긁어도 누구 하나 문을 열어주는 사람도, 대답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제발 여기서 나가게 해주세요...! 제발 여기서 나가게 해달라고!”
울부짖으며 애원하는 이 처녀의 이름은 해원이다. 남월 황제 진양의 단 하나 밖에 없는 금지옥엽 공주였다.
“제발...! 제발...!”
지금 해원은 미칠 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신이 뜨겁고 가렵다. 가랑이 사이가 뜨겁게 가려워서 아무리 손으로 긁어도 시원하지가 않다.
“하아...하아...”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누구 하나 열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해원은 잘 알고 있다.
누구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고, 누구도 자신의 병을 고쳐줄 수 없다.
그렇다. 이건 병이다. 병명도 알지 못하는 그런 병이다.
“하읏...아, 응...”
어쩔 수 없이 해원이 제 젖가슴을 제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입고 있던 옷의 저고리를 풀고 앞섶을 풀어헤친 다음 출렁이는 젖가슴을 손으로 움키고 주무르다 젖꼭지를 제 손으로 비틀며 아찔한 신음을 헐떡였다.
“하윽...”
스스로의 손으로 젖꼭지를 잡아 비틀자 잔뜩 부푼 젖가슴 전체로 짜릿한 희열이 번져나갔다.
가랑이 사이에는 이미 뜨거운 습기가 잔뜩 차올랐다.
제 손으로 길들인 젖가슴은 만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전희가 된 것이다.
“하아...하아...더워...”
저고리를 벗어던진 해원이 치마까지 벗어던지고 속곳을 아무렇게나 벗은 다음 방문에 기대 다리를 벌렸다.
벌거벗었다 한들 누구 하나 엿볼 사람도 없다.
넓게 벌어진 가랑이 아래로 벌써부터 흥건하게 흘러내린 애액이 엉덩이 아래에 고이고 있었다.
“흐응...으응, 읏...”
허리를 움찔거리며 해원이 제 음부를 손으로 더듬었다.
손가락의 끝이 젖은 구멍에 닿자 허리가 앞뒤로 흔들렸다.
한 손으로는 제 젖꼭지를 비틀고 다른 손으로 음부를 문지르며 해원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정신없이 숨을 헐떡였다.
벌름거리는 구멍에서 꿀럭꿀럭 흘러나온 애액이 그녀의 손가락을 흠뻑 적셨다.
“하읏, 아! 하응! 응!”
해원이 열기 가득한 교성을 질렀다.
애액에 젖어 미끌거리는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달뜬 얼굴로 신음을 뱉어내는 해원의 감은 눈꺼풀이 달달 떨렸다.
그녀의 새빨간 구멍이 벌름벌름 거리며 계속해서 애액을 흘려보냈다.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구멍 안을 꾹꾹 찔러대자 찌걱찌걱 소리가 울렸다.
“하아앙! 흐아아앙!”
그녀의 벌어진 음순 위로 음핵이 동그랗게 부풀어올랐다.
그 부풀어오른 둥근 살점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해원이 자지러지게 소리를 질렀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추잡스러울지 해원은 잘 알고 있다.
추잡스럽고 음탕할 것이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이건 병이고, 이건 저주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저주받았다. 그것도 이렇게 음란한 저주를 받고 말았다.
이 저주가 시작된 것은 열 여섯 살 초경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제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해원이다.
그 이전까지는 사랑만 받고 살았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이었다.
모든 땅을 정복한 남월 황제의 외동딸.
아들이든 딸이든 다른 자식을 낳지 못한 부왕에게 있어서 유일한 자식으로 누구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다른 이들에게는 무서운 황제이지만 제게는 다정한 아버지인 부왕의 사랑과, 황궁 안의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이 살아오다가 만난 이 저주는 갑자기 마주친 태풍과 비슷하다.
이 저주가 해원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삼켜버렸다.
초경을 시작하면서 해원의 몸에는 변화가 찾아왔다.
첫날 아주 약간의 피를 비치며 이제 초경이 시작된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출혈은 그게 전부였다.
초경 다음날, 해원의 몸에서는 피 대신 다른 것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가랑이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질척한 물은 지독한 단내를 머금고 있었다.
단 물.
그 물이 가랑이 사이에서 흘러나오자 해원의 몸 전체에 단내가 풍기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단내를 맡은 사내들이 모두 발정을 해버렸다는 것이다.
양물을 달고 있는 사내라면 모두가 그 단내를 맡고 발정을 해버리는 바람에 해원은 꼼짝없이 방에 갇혀 있어야만 했었다.
그 문제의 단물이 몸에서 그친 것은 달거리가 끝날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그 단물이 풍기는 단내를 맡고 발정한 사내들 중에는 그녀의 아비도 있었다.
아비마저 발정하게 만드는 단내이니 다른 사내들에게는 오죽했을까.
그러나 그건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매달 달거리 때가 돌아올 때마다 해원의 몸에서는 어김없이 단내를 풍기는 물이 흘러나왔다.
닷새에서 이레. 짧으면 닷새요 길면 이레이니 그 기간 동안에는 어떤 사내도 해원의 주위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부왕은 그녀를 방 안에 꼭꼭 숨겨놓았다.
그러나 그 단내는 아주 지독해서 겹겹이 닫은 방문 틈새로 흘러나가 주변을 지키는 병사들을 홀리는 바람에 결국 달거리 때가 되면 해원은 이곳 별당에 갇힌다.
이 별당은 본궁과는 멀찍하게 떨어진 곳으로 평소에는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곳이다.
예전에 이곳에 어떤 신을 섬기는 신당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별당이 지어져 있다.
이 저주가 발현되기 전까지 해원은 이런 별당이 있는 줄도 몰랐었다.
이곳에 갇히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부왕은 문에 대못을 박고 해원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일단 단물이 흐르기 시작하면 해원은 이성을 잃고 만다.
그저 사내를 발정시키는 단내만 풍기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사내를 원하는 음탕한 체질로 변하기 때문에 닷새 내내 제 몸의 음탕한 열기를 가라앉혀줄 사내를 원하며 애원하는 해원을 부왕은 이곳 별궁에 가둬놓았다.
그러나 갇혔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건 아니다.
그 닷새 동안 해원은 이런 식으로 혼자 몸부림치며 괴로워해야만 한다.
사내에게 안겨 제 몸의 이 발정을 만족시키지 않는 이상 이 들뜬 열기와 음탕한 욕망은 가라앉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제 손으로 제 몸을 만져도 만족이 될 리가 없다.
겨우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 불과하다.
“하읏! 아! 아!”
한 손으로는 음핵을 문지르고 다른 손을 제 구멍 안으로 꾹꾹 찔러넣으며 해원이 허리를 흔들었다.
뜨거운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 정수리까지 뻗치자 손가락을 끼운 구멍에서 왈칵 왈칵 애액이 쏟아졌다.
“하으응...으응...”
하지만 이 정도로는 절정에 오를 수가 없다.
해원이 젖은 손을 더듬어 옆에 두었던 목각 남근을 쥐었다.
사내의 음경을 본 떠서 나무로 다듬어 만든 이 목각 남근은 기름칠을 해서 반들거렸다.
기름을 발라 반들거리는 시커먼 목각 남근을 쥔 해원이 그 남근의 끝을 제 구멍 안으로 망설이지 않고 밀어넣었다.
“흐아아앙!”
이미 흠뻑 젖어있던 구멍이 나무로 만든 남근을 전부 삼켜버렸다.
“아아아! 아앙!”
남근을 손잡이만 남기고 전부 밀어넣은 해원의 벌어진 허벅지가 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덜덜 떨기 시작했다.
“하으응! 흐응! 응!”
방문에 기대어 앉은 해원의 허리가 앞뒤로 흔들렸다.
나무 남근을 전부 품은 하체를 흔들며 해원이 전신을 떨며 소리를 질렀다.
남근의 단단한 끝이 그녀의 좁은 질 안을 거칠게 휘저었다.
시커먼 나무 남근이 그녀의 빨간 구멍을 들락거리며 쩌걱쩌걱 음란한 소리를 울렸다.
그때마다 그 시커먼 남근에 그녀의 빨간 속살이 달라붙어 끌려나왔다.
함께 끌려나온 애액이 소변이라도 본 것처럼 엉덩이 아래에 흥건하게 고여 그녀의 엉덩이가 들썩일 때마다 철벅철벅 젖은 소리를 냈다.
“아앙! 아! 아! 아아아아!”
울부짖듯 교성을 지르며 해원이 나무 남근을 구멍에 넣은 채로 허벅지를 오므렸다.
강렬한 전율에 몸부림을 치며 해원이 남근을 쥐고 있던 손을 놓쳤다.
전신에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발가락의 끝까지 발발 떨던 해원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이렇게 한 차례 절정을 맞은 몸이 당분간은 괜찮을 것이라는 걸 해원도 안다.
“하아...하아...”
그러나 [당분간]은 아주 짧다.
서너 시간이 지나기 전에 다시 발정이 찾아올 것이고 자신은 또 다시 나무 남근을 가지고 스스로의 몸을 달래줘야 한다.
이 달의 달거리가 시작된 지 이제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 닷새, 혹은 엿새가 더 남아있다.
“하아...하...아아...”
지친 나머지 해원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하체에 남근을 끼운 채로 잠이 든 해원의 몸이 가끔 움찔거렸다.
해원이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후였다.
언제 시녀들이 들어왔다 나갔는지 벌거벗은 몸에는 야장의가 곱게 입혀져 있었고 애액으로 더러워진 방은 말끔하게 치워진 후였다.
그리고 방문 앞에서 잠들었었는데 어느새 보료 위로 옮겨진 자신을 발견한 해원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깨끗하게 닦아놓은 나무 남근이 놓여 있었다.
시녀들이 깨끗하게 닦아놓은 것이 분명했다.
‘목 말라...’
방문 앞에 놓인 주전자에 해원의 시선이 머물렀다.
일어난 해원이 문가로 걸어가 주전자의 물을 그릇에 담았다.
물을 한 그릇 마시자 겨우 갈증이 가라앉았다.
‘더워...’
촛불을 켜놓지 않은 방은 어둡고 방문은 희끗거렸다.
달빛이 방문으로 스며들어오는 것이 분명했다.
‘조금만 문을 열 수 있으면...’
방문에 대못이 박혀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해원이 손으로 방문을 밀었다.
그때였다.
끼이이익-.
방문이 소리를 내며 열린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해원도 적잖게 당황했다.
이 문이 왜 열리는 걸까.
항상 잠겨 있던 이 문이 열리자 해원이 조심스레 문을 더 밀었다.
끼이이익-.
방문이 활짝 열리며 시원한 밤의 공기가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아직 완전한 만월이 되지 못한 달이 밤의 어둠 속에 떠올라 있었고 사락사락 소리를 내며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시원해...’
전신에 열이 오른 채로 방 안에 갇혀 있던 해원이 뺨과 목덜미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에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겨우 살 것 같다.
방 안에는 그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있고 끼니 때마다 시녀들이 음식을 가지고 들어오지만 입맛이 없어 먹지를 못하고 방 안에 마련된 것들에는 관심도 주지 않았다.
해원에게 필요한 것은 그녀의 몸을 달래줄 사내였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이 방 안에는 없다.
‘조금만 산책할까...’
이 방에 갇힌 지 지금으로서 이틀이 되어가고 있다.
언제 또 이 문이 열려 있을지 모른다.
엿새 후에 발정기가 끝난다고 해서 해원에게 자유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발정기가 끝나 본궁으로 돌아가도 해원은 공주궁에서 나올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녀의 몸에서는 항상 조금씩 단내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발정기 때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땀을 흘리고 숨을 쉴 때마다 그녀의 몸에서 미세하게 풍겨나는 그 단내는 사내들의 음심을 부추긴다.
발정기의 단내가 사내들을 불가항력으로 만든다면 그 이외의 시간에 풍기는 단내는 사내들 속에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정도다.
하지만 그 충동도 쌓이면 위험한지라 황제는 그녀를 공주궁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일생 그렇게 살아갈 수 없다는 건 해원도 알고 황제도 알고 있다.
해원은 황제의 유일한 후사다.
언젠가는 남월의 옥좌를 물려받아야 한다.
해원이 직접 옥좌를 이어받지 못하면 해원의 반려를 들여 그 반려가 황제가 되게 하는 방법을 황제는 지금 고민하고 있다.
지금 부왕이 제 반려가 될 사내를 찾고 있다는 것을 해원도 안다.
다만 이런 저주받은 몸을 가진 자신을 어떤 사내가 반기겠는가.
옥좌에 욕심이 있다면 이런 자신이라도 상관없이 아내로 맞을 수 있겠지만 그런 사내는 해원 자신이 싫다.
그런 사내가 반려가 되면 자신은 혼인하고 나서도 침전 안에 갇혀 바깥 세상과는 단절되어 살아갈지도 모른다.
자신이 자식을 낳는다고 해도, 그 자식에게 이 저주가 내려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만약 이 저주가 대를 이어 내려가는 저주라면 차라리 자식을 낳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양자를 들이시고 나는 그냥 죽어버리는 것이...’
해원은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이런 저주받은 자신은 그냥 죽고 부왕이 양자를 들여 옥좌를 잇게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가 없다.
조금만 더 용감했더라면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아무도 없구나...’
시녀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뜰까지 걸어 나온 해원이 맨발로 땅을 밟았다.
발바닥에 밟히는 작은 흙알갱이들의 느낌이 새롭다.
‘저쪽에 대나무 숲이 있었구나...’
열 여섯 초경이 시작된 이후로 한 달에 한 번씩 이 별궁에 와서 머물렀지만 저런 대나무 숲이 있는 줄도 몰랐었다.
별궁의 뒤로 나 있는 대나무 숲을 발견한 해원이 홀린 것처럼 대나무 숲으로 걸어갔다.
머리 위에서는 달빛이 비추고 대나무 숲 사이로 부는 바람은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살랑거리게 만들었다.
‘오래 된 대나무 숲이야...’
대나무가 빨리 자라는 건 알지만 이렇게 크고 깊은 대나무 숲이 만들어지려면 얼마나 걸리는 걸까.
‘분명 이곳에 별궁이 세워지기 전부터 대나무 숲이 있었겠지...’
해원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다.
자신을 낳으며 세상을 떠났다는 어머니에 대해 부왕은 조금도 말해주지 않았다.
시녀들도, 유모도 죽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다.
부왕이 그것을 금기로 여겼기 때문이다.
자신이 왜 이런 저주에 걸렸는지 그 이유도 모른다.
부왕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자신에게는 말해주지 않았다.
해원에게는 금지된 것들이 많다.
바깥 출입도 금지,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도 금지, 그리고 자신의 저주에 대해 아는 것도 금지.
‘바람은 자유롭구나...’
그러나 이 대나무 숲에 부는 바람은 이처럼 자유롭다.
‘나도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유롭고 싶다.
갇히고 싶지 않다.
얽매이고 싶지도 않다.
그냥 자유롭고 싶다, 모든 것에서.
‘공주가 아니라도 좋으니까...왕궁에서 살지 않아도 되니까...’
얼마나 걸었을까.
대나무 숲 깊숙한 곳으로 들어온 해원이 현기증을 느꼈다.
‘안 돼...’
발정이 또 시작되고 있었다.
‘어떡하지...’
이런 곳에서 발정을 하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너무 많이 걸어와서 돌아가는 것에도 시간이 걸린다.
여긴 아무것도 없다.
‘몸이 간지러워...’
벌서부터 가랑이 사이가 움찔거린다.
음습한 습지가 젖어 속곳을 흥건하게 적시고 허벅지를 타고 음란한 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아...하아...”
비틀거리는 다리를 가누지 못하고 해원이 가까이에 있는 굵은 대나무를 잡고 주저 앉았다.
“하응...으응...”
야장의의 앞섶으로 손을 넣어 제 가슴을 주무르다 결국 치마 안으로 손을 넣었다.
흥건하게 젖은 속곳을 끌어내리고 뜨겁게 젖은 음부를 손으로 문지르며 해원이 가쁜 숨을 헐떡였다.
“하읏...읏...”
손으로는 절정에 이를 수 없다.
나무 남근을 만들어 방 안에 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남근의 길이 정도가 아니면 이 저주를 받은 음탕한 몸은 만족을 모른다.
“하으응...으응...”
‘어, 어떻게 하지...어떻게 해...’
손가락으로 음부를 휘저으면서도 해원이 어찌할 줄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곳에 제 몸을 만족시켜줄 도구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
‘이대로는 끝나지 않을 텐데...’
한번 발정이 시작되면 절정에 이르기 전에는 이 괴로움은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남근으로 절정에 이르게 만들어야만 한다.
‘어떻게...해야...’
열이 오른 눈으로 해원이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들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저건...’
해원의 눈동자에 희끗한 것이 들어왔다.
‘사람일까?’
이런 곳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자신이 잘못 본 것도 아니다. 대나무 사이에서 움직이는 저건 분명한 사람이다.
‘누굴까...’
이곳은 왕궁의 안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특히 이 별궁 주위는 자신을 모시는 시녀들 외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다.
대나무 숲 역시 별궁의 일부다.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굴까.
‘사, 사내?’
게다가 저 사람은 사내다.
그 사내가 자신을 향해 점점 다가오는 것을 보며 해원의 숨이 더 거칠어졌다.
그녀의 발정은 가까이에 사내가 있으면 더 격렬해진다.
그녀를 사내가 없는 이 별궁에 격리시켜 놓은 이유 중의 하나가 그 때문이다.
마치 불속에 기름을 바른 장작을 던진 것처럼 근처에 사내가 있으면 몸이 급격하게 달아오른다.
지금이 꼭 그랬다.
‘아, 안 돼, 사내는...’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내가 제게로 가까이 다가오자 해원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몸의 열기가 더 거세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내를 보자 음심이 밀고 올라왔다.
이건 해원 자신이 원해서 차오르는 음심이 아니다.
저주를 받은 자신의 몸이 본능적으로 사내를 원하는 것이다.
‘병사인가? 아니면 환관?’
그러나 가까이 다가온 사내는 병사의 복장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환관의 복장을 한 것도 아니었다.
키가 크고 얼굴이 흰 사내다.
게다가 눈동자가 묘하게도 달빛을 닮았다.
머리 위로 아직 만월이 되지 못한 달이 비춰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달빛이 숲의 대나무에 부딪쳐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사내의 얼굴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희고 눈동자는 달빛을 머금고 있었다.
이 사내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미, 미안하지만...”
해원이 제 앞에 멈춰 선 사내를 애가 타는 목소리로 불렀다.
지금 사내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
밤의 대나무 숲에서 저고리 앞섶을 풀어헤치고 치맛단 안쪽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고 있는 여인이라니.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요녀로 보일 것이다.
게다가 속곳은 지금 사내가 서 있는 곳의 발 아래에 뒹굴고 있다.
“모, 몸이 뜨거워 죽을 지경이니, 제발 나를 도와주세요...”
지금까지 아직 사내에게 안긴 적은 없다.
사내의 남근을 본 떠서 만든 나무 남근은 수없이 제 몸안에 찔러 넣었지만 진짜 살아있는 사내와 관계를 가진 적은 없다.
그러나 지금은 찬물 더운물을 가릴 때가 아니다. 이대로라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사람이 분명한데, 사람에게서 어찌 이리 음란한 단내가 풍기는 것일까. 너는 사람이냐, 여우냐?”
사내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눈동자에는 해원이 아는 열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저런 열기의 눈동자를 해원은 잘 안다. 본 적이 많다.
제 몸에서 단내가 풍길 때 제 단내에 취한 사내들은 보통 저런 눈빛을 했었다.
처음 발정기가 왔을 때 부왕조차도 저런 눈으로 자신을 바라봤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 이 사내도 제게 취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제 단내에 홀리고 있는 것이다.
부탁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애원을 하지 않아도 이 사내는 저를 품을 것이다. 해원은 그걸 짐작했다.
해원이 아는 한, 이 단내에서 자유로운 사내는 본 적이 없다.
“네 눈이 무척이나 음란하구나.”
사내의 손이 해원의 뺨을 쓸어올렸다.
“하읏...”
그 손이 제 뺨에 닿자마자 해원의 벌어진 입술에서 뜨거운 숨이 새었다.
손만 닿았을 뿐인데 허리에서 시작해서 등줄기로 짜릿한 열기가 타고 올랐다.
벌어진 음부가 저절로 움찔거리는 것도 느껴졌다.
뺨에 손만 닿아도 이렇게 반응하는데 이 사내의 남근이 제게 닿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음란하기 짝이 없는 냄새를 흘리다니, 요망한 것이 틀림없겠구나.”
요망한 것이라고 불러도 좋고 여우라고 불러도 좋다. 지금은 그저 저를 만져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것이냐?”
그걸 어찌 안단 말인가.
해원이 고개를 저었다.
해원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더는 참을 수가 없다.
“제발...”
해원이 제 야장의를 벗고 치마의 허리끈을 풀었다.
그러자 대나무 숲 위에서 내려오는 달빛이 그녀의 벌거벗은 나신을 숨김없이 낱낱이 비췄다.
달빛에 드러난 제 알몸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고 해원이 제 뺨에 닿은 사내의 손을 잡아 아래로 끌어당겼다.
제 젖가슴 위에 사내의 손을 얹고 해원이 그를 간절한 눈으로 바라봤다.
“탐스럽게 익은 몸이건만, 아직 사내를 모르는 몸이군.”
사내는 꽤나 만족스런 눈으로 해원의 알몸을 훑었다.
“대나무 숲에서 첫 사내를 알다니. 꽤 운치가 있겠구나.”
사내가 그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대나무 숲 사이에 펼쳤다.
그리고 해원을 번쩍 안아 그 겉옷 위에 눕혔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달아오른 얼굴로 해원이 고개를 저었다.
“내 이름은 무랑이다.”
무랑.
“다들 무랑군이라 부르지.”
처음 듣는 이름이다.
귀족일까. 귀족이라면 남월 출신일까 아니면 이곳 북연 출신일까.
남월의 도읍인 이곳에 사는 귀족은 남월 출신이 절반, 북연 출신이 절반이라고 알고 있다.
물론 신분은 남월 출신의 귀족들이 훨씬 높지만 북연 출신들은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와서 사람들 사이에서 덕망이 높은 경우가 많다.
무랑군이라는 이 사내는 북연 출신의 귀족일지도 모른다.
남월 출신과 북월 출신은 외모가 조금 다르다.
남월 출신들은 골격도 강하고 살빛이 어둡고 투박한 반면에 북연 출신들은 희고 선이 곱다.
사내든 여인이든 말이다.
이 사내는 희고 선이 곱다.
보통 이렇게 키가 큰 사내들은 투박하기 마련이지만 이 사내는 키가 크면서도 몸의 선이 곱고, 그리고 살결이 희고 고우며 제 살결을 쓸어내리는 손바닥도 비단처럼 매끄럽다.
험한 일을 해보지 않은 사내가 분명하다.
마치 여인의 손처럼 길고 고운 손이다.
그런데도 자신을 어렵지 않게 번쩍 들어올릴 만큼 또 힘이 세다.
대체 무랑군이라는 이 사내의 정체는 무엇일까.
“참으로 음란한 몸이지만 사내를 알지 못해 꽃이 피지 못하고 있으니, 내가 오늘 네 꽃을 피워주마.”
속삭이며 사내의 손이 해원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 입술이 제 젖꼭지를 휘감는 순간 해원의 허리가 풀렸다.
열기와 괴로움으로 잔뜩 긴장하고 있던 허리가 풀리며 생각까지 뚝,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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