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계약 #15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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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계약 #15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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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계약 #15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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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참 됐는데 엄마한테 그걸 이제야 말해 주는 거야?”




“미안해. 말하려고는 했는데…….”




“너 정말, 그걸 왜 이제야 말해? 그동안 혼자 끙끙 앓고 거짓말하는 네 속이 얼마나 망가졌겠어. 그게 뭐라고 지금껏 숨겨!”






서희답지 않게 언성이 높아지자 희민이 당황한 얼굴로 쳐다봤다. 서희는 진심으로 서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마. 난…….”




“그깟 회사 마음에 안 들면 그만둘 수도 있는 거고 그동안 그렇게 아득바득 열심히 살았으면 한동안 좀 쉴 수도 있는 거지, 그걸 엄마한테 숨길 일이야? 내가 그렇게 너한테 못된 엄마였어?”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엄마가 걱정할 거 같아서 그랬어.”




“걱정을 왜 해. 내 딸 나 때문에 내내 고생만 한 게 안쓰러워 좀 쉬길 바랐는데, 쉰다니까 얼마나 다행인데.”




“…….”






예상치 못한 서희의 반응에 희민이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있었다. 머뭇거리는 사이 서희가 그녀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잘했어. 지금까지 고생 많이 했는데 좀 쉬어. 인생을 어떻게 그렇게 필사적으로만 사니…….”






딸보다 훨씬 야윈 손으로 딸의 손을 측은하게 쓰다듬는 서희 때문에 희민은 가슴이 먹먹했다.






“나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그렇게 사는 법밖에 배우지 못하게 해서…… 엄마가 미안해.”




“미안하긴 뭐가.”






희민이 눈물을 누르며 일부러 불퉁하게 내뱉자 서희가 담백한 미소를 지었다.






“희민아. 엄마는 네가 누구보다 열심히 해 온 거 알아.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엄마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마. 엄마는 네 그런 마음 하나도 고맙지 않아. 지금까지 해 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냥 앞으로는 네 인생을 살아.”




“내가 무슨 엄마를 위해서만 살았어? 내 인생이니까 날 위해 산 거지. 그런 소리 하지 마.”




“……엄마가 딸 마음을 그렇게 모를까.”






가만히 쓸기만 하던 희민의 손을 서희가 꽉 잡았다. 그러고는 눈물을 참느라 잔뜩 붉어진 딸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우리 딸, 좋아하는 사람 생겼지?”




“!”






희민의 눈이 커졌다.






‘그걸 어떻게…….’






정혁의 이야기는 서희에게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희민이 당황한 얼굴로 보고 있자 서희가그녀의 머리칼을 다정하게 귀 뒤로 넘겨 줬다.






“그 사람이 우리 딸 얼굴을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게 해 준 거지? 이렇게 엄마한테 그동안 못 했던 고백도 하게 하고.”




“아직 확실한 관계는 아니야.”






희민이 시선을 내리며 작게 말하자 서희가 웃었다.






“그게 뭐가 중요해. 우리 희민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게 중요하지. 그리고 이렇게 우리 딸이 예쁜데, 어떤 남자가 안 좋아할 수 있겠어?”




“…….”






갑자기 들킨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희민은 혼란스러웠다. 그 혼란스러움까지 전부 알고 있다는 듯 서희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걱정하지 마, 희민아. 넌 누구보다 잘할 거야.”




“응. 고마워. 엄마.”




“고맙긴. 내가 고맙지.”






서희가 오랜만에 정말 활짝 웃었다. 해사한 웃음을 짓는 서희를 보며 희민도 어깨 힘을 탁 풀고 마주 웃었다.










병원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희민은 가슴속을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돌덩이가 몇 개쯤은 사라진 기분이었다.






‘좀 더 빨리 말할걸.’






오늘 서희의 반응을 보고 회사 그만둔 얘기를 진작 해 주지 못한 게 후회가 됐다. 희민은 서희를 생각한다고 숨긴 거지만 결과적으론 서희에게 상처를 준 꼴이었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서희 핑계를 대며 말하지 못한 자신의 변명에 불과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운전하고 있는데 정혁에게서 전화가 왔다.






“…….”






희민은 액정에 뜬 정혁의 이름을 잠시 바라봤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내 편.






서희가 그렇게나 바라 오던 하나뿐인 내 편을 그 사람이 되어 줄지 아직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방금 보여 준 서희의 웃는 얼굴만으로도 부담은 덜어졌다.








지금은 서희를 위해 억지로 남자를 만나고 다녔던 그때와는 다르니까. 적어도 이 만남에 거짓은 없으니까. 자신의 감정에 충실히 따르고 있으니까.






“네.”






희민이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전화를 받았다.






“병원은 다녀왔어?”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나지막한 정혁의 목소리는 심장을 간질거리게 만들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첫 통화를 하던 그때부터였겠지.






“지금 병원 나와서 집에 가는 길이에요. 몇 시쯤 도착해요?”






이젠 그와 저녁을 같이 먹는 게 일상이 되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남자와 매일 함께 식사하는 것의 의미를 희민은 종종 생각한다.






“곧 출발할 거야. 먹고 싶은 메뉴 생각해 둬.




“오늘은 당신이 좋아하는 걸로 먹어요.”




“한희민이 좋아하는 게 내가 좋아하는 거야. 그럼 도착할 때쯤 전화할게.




……하아.






통화가 종료되는 소리에 희민은 참고 있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왠지 날이 갈수록 더 긴장이 됐다. 


처음에 느꼈던 서정혁에 대한 긴장과는 다른, 심장이 얕고 빠르게 뛰며 온몸에 열기가 감도는 듯한 긴장.


머릿속이 아득해지고 기분 좋은 기대감이 멀미처럼 퍼져 나가는 긴장.






끼익.






신호에 멈춰 선 희민이 천천히 핸들을 꽉 잡았다.






“…….”






희민의 뺨에 그라시아 장미처럼 아름답고 붉은 열감이 감돌았다. 심장이 어지럽게 뛰기 시작했다.








***








짙은 레드 컬러의 캐시미어 원피스를 입고 풍성한 긴 머리칼을 한쪽으로 흘러내리게 한 희민이 아찔한 블랙 힐을 신고 나타나자 기다리던 정혁이 눈을 가늘였다.


그녀가 걸어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보고 있던 정혁이 희민이 앞에 서자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이건 무슨 일일까.”






예리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정혁을 향해 희민이 예쁘게 칠한 붉은 입술을 휘어 올렸다.






“별일 아니에요. 매번 청바지만 입고 나오는 거 같아서 변화 좀 준 건데. 이상해요?”






미간을 슬며시 좁힌 정혁이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해. 너.”




“위험해요?”






희민이 마스카라로 아찔하게 치켜올린 긴 속눈썹을 천천히 깜빡였다. 


가뜩이나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느릿하게 위아래로 움직이자 정혁이 신음 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농담 아닌데.”




“사람이 흉기도 아닌데 위험하다고 하면…….”






입을 여는 희민의 턱을 정혁이 들어 올려 순식간에 키스하듯 가까이 다가갔다.






“……!”






갑자기 눈앞에 욕망으로 짙게 물든 정혁의 눈이 보이자 희민이 숨을 삼켰다.






“흉기보다 더 위험하지. 내 눈앞에 한희민이 이렇게 있으면.”






지하 주차장의 불빛 아래에서 정혁의 조각 같은 얼굴에 음영이 져 보였다.






“이 입술, 빨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게 만드니까.”






탐스러운 윤기가 흐르는 입술을 삼킬 듯 다가간 정혁이 낮게 말했다. 


그녀의 눈과 입술을 번갈아 바라보는 집요한 눈동자에 탐닉의 열기가 어둡게 맺혀 있었다.






그 눈을 바라보며 희민이 말했다.






“빨아요. 그럼.”






그녀가 도발적으로 응시하자 정혁의 눈에서 섬광 같은 불길이 튀었다.






“어떻게 감당하려고.”






짓눌린 목소리로 내뱉은 정혁이 곧장 희민의 몸을 차로 밀어붙였다. 






야릇하게 입술을 삼킨 그가 희민의 입술을 빨았다. 


거친 키스는 아니었다. 부드럽게 애무하듯 입술을 빨다가 혀를 끌어당겨 타액을 진하게 삼켰다. 


애태우는 그 움직임이 희민을 더 숨 막히게 했다. 


숨결이 달아오르는 희민의 벌어진 입술을 그가 아이스크림을 빨듯 핥아 먹기 시작했다. 


새빨갛게 칠해진 립스틱을 모조리 빨아 삼키는 남자의 입술은 지독히도 관능적이었다.






하, 하아!






입술을 벌리고 헐떡이는 희민의 완벽했던 화장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촉.






입술을 뗀 그가 엉망으로 번진 립스틱을 까맣게 일렁이는 눈으로 바라봤다. 


가슴까지 들썩일 정도로 숨을 몰아쉬는 희민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길지 않은 키스였는데도 순간적으로 전기에 감전된 듯 온몸에 짜릿한 열감이 퍼졌다.






“이러고는 식사하러 못 가겠는데.”






정혁이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그녀의 입술을 엄지로 느릿하게 매만졌다. 


진한 욕망이 묻어나는 허스키한 음성에 희민이 벌어진 입술 새로 더운 숨을 흘렸다.


두 사람 사이에 아찔한 시선이 엉켜들었다. 


도발하며 얽히는 시선 속에 희민의 몸이 흥분으로 긴장됐다.






희민을 차로 몰아세우고 입술을 쓸던 정혁이 뒤로 물러섰다.






“……오늘은 그만 들어가. 이 상태면 식사고 뭐고 내내 전혀 다른 걸 먹고 싶어질 것 같으니까.”






낮게 말한 그가 재킷을 벗더니 희민의 어깨에 걸쳤다. 


그러고는 차 문을 열고 안에서 머플러를 꺼냈다. 


그걸 희민의 입술 위까지 느슨하게 둘러 주고는 시선을 맞췄다.






“올라가는 동안 이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게 하고 싶지 않아.”




“…….”






소유욕이 일렁이는 그의 눈을 가만히 보고 있던 희민이 손가락으로 머플러를 살짝 내렸다.






“정말 이대로 올라가라고요?”






기껏 꾸미고 나왔더니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희민은 내심 서운함을 느꼈다. 정혁이 욕망으로 일렁이는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당신이 한 말은 지키고 싶어서 그래.”




“…….”




“그런데 지금 같이 있으면, 정말 못 지킬 거 같아.”






눈썹 사이를 바짝 모은 정혁이 한숨처럼 내뱉었다.






“내가 얼마나 많이 노력하는지 하나도 모르지. 예전의 난 정말 이런 걸로 사람이 죽을 만큼 고통을 느낀다는 건 상상도 못 했어.”




“알아요. 그건.”






희민이 작게 대답했다.






원래 그는 성적인 부분에선 조금의 인내도 없는 사람이라는 건 희민도 알고 있었다. 


그 대단한 에너지를 참고 있으려니 그도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런 의미로 꾸민 건 아니었는데.






나름대로 평소와 다르게 노력한 게 이런 식으로 아쉬움을 남기게 될 줄이야.






“알았어요. 그럼 들어갈게요.”






몸을 돌린 희민이 서운함을 삼키고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매일 함께하던 저녁 식사를 못 한다는 게 이렇게 아쉬울 줄은 그녀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특히 오늘은 더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기대가 됐으니까. 정혁과 만나는 이 시간이.






희민이 씁쓸함을 삼키고 엘리베이터 입구 앞에 다다르자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빠르게 들렸다.




‘어?’






자신에게 향하는 발걸음 소리에 희민이 돌아보는데 단번에 다가온 정혁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아…….”






놀란 희민의 머플러를 그가 거칠게 끌어 내리며 립스틱이 번진 입술을 삼켰다.






“……흡!”






쿵!






벽으로 밀쳐진 희민의 입술이 크게 벌어졌다. 


방금 전과 다르게 짐승처럼 사납게 희민의 입술을 벌리고 들어간 그가 붉은 혀를 휘어 감았다. 


숨결을 모조리 빼앗듯 거칠게 빨아들이며 희민의 허리를 붙잡은 손을 들어 올리자 그녀의 상체가 위로 들렸다.






“아읍, 음, 하압…….”






자꾸만 입술을 벌리며 고개를 기울이자 맞닿은 숨결이 서로의 입 안에서 섞여 들었다. 


타액과 터져 나오는 숨결이 야릇하게 뒤엉킬수록 그의 움직임이 거칠어졌다. 


저돌적으로 키스를 퍼붓는 힘에 떠밀린 희민의 고개가 한껏 젖혀졌다. 


그녀가 그의 팔을 떨리는 손으로 움켜잡았다.


키스를 하고 있는데 마치 다른 걸 하고 있는 것 같은 야한 신음이 희민에게서 새어 나왔다.






‘하, 못 참겠…….’






희민의 온몸이 참을 수 없이 뜨거워지는 순간 정혁이 그녀를 놔 줬다.






“후…… 제길.”






가까스로 거리를 벌린 정혁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얼굴을 굳혔다. 손을 들어 제 얼굴을 쓸어 낸 그가 희민의 흐트러진 머플러와 옷을 정돈해 줬다.






“어서 올라가. 이번에 잡히면 정말 잡아먹혀.”






희민의 귓가에 꽉 잠긴 목소리로 말한 그가 뒤로 물러섰다. 희민은 그를 돌아보지 못한 채 떨리는 손으로 입구 카드 키를 댔다.






지잉―






엘리베이터가 있는 입구 안으로 들어선 희민이 터치식 버튼을 누르고 그제야 돌아봤다. 


유리 현관 밖에 굶주린 짐승처럼 위험한 눈을 번들이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






허기진 그 눈과 마주치자 희민의 심장이 뻐근한 소리를 냈다. 그러고는 곧이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자신의 립스틱이 고스란히 번진 남자의 입술과 정염으로 타오르는 눈을 흔들리는 시선으로 보고 있던 희민이 엘리베이터 도착 음에 정신을 차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탁.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희민은 다리에 힘이 훅 풀렸다. 벽의 봉을 잡고 기대선 희민은 떨리는 손으로 머플러를 매만졌다.






서정혁의 향.






그의 우드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머플러와 재킷 때문에 몸이 더 뜨거워졌다.






방금 전 그의 모습을 본 순간 완전히 압도당했다. 관능으로 타오르는 그 눈빛을 보는 순간 참을 수 없는 욕망이 그녀 안에서 주체할 수 없이 차오르고 있었다.








‘이번에 잡히면 정말 잡아먹혀.’






정혁의 낮은 목소리가 떠오르자 머리가 울릴 정도로 심장이 뛰어 댔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그에게 안기고 싶은 육체적인 충동이 그녀를 뒤흔들고 있었다.






‘어떡하지?’






빠르게 바뀌는 숫자를 보는 희민의 눈이 초조하게 빛났다.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






탁, 문이 다시 닫혀도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던 희민이 손을 들어 정혁이 있는 지하 주차장의 버튼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지금 당장 내려가면 정혁이 그 자리에 아직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안 돼. 내가 한 말이잖아.’






입술을 깨물며 손가락을 떼어 낸 희민이 열림 버튼을 눌렀다.


열린 문 사이로 빠르게 빠져나오는 희민의 하얀 손은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






정혁은 희민이 사라진 엘리베이터를 유리문 바깥에서 노려보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고 서 있던 그의 꽉 쥔 주먹에 핏대가 툭툭 불거졌다.






“……후.”






가슴을 크게 들썩거린 정혁의 붉게 달아오른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이를 악문 그가 몸을 돌려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탕!






문을 닫고 운전석에 앉은 정혁은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오른 정염의 불길에 거친 숨을 헐떡였다.






방금 전 봤던 희민의 새빨간 입술, 여성스러운 몸매가 드러나는 캐시미어 원피스, 그 아래 드러난 아찔한 힐을 신은 늘씬한 다리가 그의 온몸의 불길을 참을 수 없게 뜨겁게 달궜다.






“하…… 희민아.”






정혁이 거친 숨결과 함께 그녀의 이름을 낮게 내뱉으며 벨트를 풀었다. 


버클을 풀기 어려울 정도로 팽팽하게 치솟은 페니스를 드로어즈에서 꺼내 움켜잡았다. 


핏대가 툭툭 불거진 굵은 근육 덩어리가 쿠퍼액을 흘리며 끄덕이고 있었다.






한희민을 알기 전까진 단 한 번도 발기한 적 없는 페니스가, 그녀를 안 다음부터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터질 듯 발기한다. 


희민과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엔 정말 자신이 미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무리 자위를 해도 끊임없이 발기했다.


결국 희민을 찾아와 멀리서라도 얼굴을 보게 된 이후에야 정신 나간 사람의 수준을 벗어났을 뿐이다.






지금도 희민을 떠올리면 하루에 수도 없이 팽팽하게 단단해지는 검붉은 페니스를 정혁이 힘줄이 퍼렇게 드러난 손으로 움켜잡았다.






“읏.”






조금 전 그가 엉망으로 만든 희민의 립스틱 번진 입술을 떠올리자 투명한 선액이 손가락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희민…… 희민아.”






정혁이 열기에 달아오른 눈빛으로 희민을 부르며 꽉 쥔 페니스를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빳빳하게 힘이 들어간 굵은 페니스를 위아래로 훑어 내릴 때마다 희민을 부르는 목소리와 헐떡이는 숨소리가 야릇하게 뒤섞였다.






쿠퍼액으로 번들거리는 기둥을 쥐고 흔들자 손바닥과 근육 덩어리에서 마찰되는 음란한 소리가 질척거리며 커져 갔다.


점점 더 팽팽하게 발기한 핏대 솟은 근육 덩어리가 터질 듯 단단해지자 그의 목울대가 크게 꿈틀거렸다.






“……헉.”






울컥, 사정액이 터져 나와 정혁이 페니스를 꽉 움켜잡았다. 


완전히 분출되지 못한 정액이 뼈마디가 허옇게 불거진 남자의 손에 음란하게 흘러내렸다.






정혁이 숨을 내쉬며 뒷머리를 헤드레스트에 기댔다. 


아직 진정되지 않은 뜨거운 숨결이 그의 입술에서 거칠게 새어 나왔다. 


손아귀 안의 욕망은 전혀 진정되지 않은 채 빳빳하게 솟아 있었다.






“후, 제길.”






지독한 갈증으로 땀에 젖은 이마를 일그러뜨린 그가 나지막한 신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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