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가풍운 - 6장. 서전(緖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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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가풍운 - 6장. 서전(緖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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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가풍운 - 6장. 서전(緖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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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서전(緖戰)




십리정(十里亭).




초겨울의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다.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모두들 두건을 내려 두 눈만 남기고 온통 칭칭 동여매고도 한기를 느끼는 듯 몸을 움츠리고 동동거리며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실내에는 커다란 구리난로가 놓여져 있고 그 안에는 연기가 밖으로 새지 않게 수탄(獸炭)이 들어있어 안은 마치 한 여름처럼 후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다섯 명의 장한이 웃통을 풀어 제키고 가슴의 검은 털을 드러내놓은 채로 마주보고 앉아서 마작에 정신이 쏠려 있었다.


난로 위에서 뜨거운 물을 덥히고 있던 늙은이가 장한들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뜨거운 차를 준비할 테니 밖에서 추위에 떨던 보초들이 오면은 속 좀 녹이게 하라고."




늙은이가 말을 하나 장한들은 놀음에 빠져 대꾸도 없고, 늙은이는 그런 장한들을 쳐다보며 혀를 끌끌찼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경계병 한 명이 밖의 매서운 찬 기운을 몰고 안으로 들어섰다. 두 눈만 나온채로 온몸을 피풍으로 둘러싼 모습이었다.


놀음을 하던 장한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투덜대었다.




"아직 교대할 시간도 아닌데 왜 벌써 들어와. 젠장 얼른 문이라도 닫으라고."




웃통을 벗은 장한이 한기를 느끼는 듯이 들어온 사람에게 핀잔을 주었다.




들어온 사내는 문을 닫고는 춥다는 듯이 난로 옆으로 다가와 두 손을 내밀어 얼은 손을 녹이었다. 그것을 본 늙은이가 또 참견을 한다.




"두건이라도 벗고 뜨거운 차로 속을 풀라고."




사내는 낡아빠진 찻잔을 들고는 다른 손으로 주전자의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가득이 담긴 물이 부글부글 끊고 있었다.


사내가 주전자를 들더니 돌연, 마작에 열중해 있는 사내들에게 뿌렸다.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장한들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펄쩍 뛰어올랐다.




"이크!"




"아앗!"




뜨거운 물에 데인 살갗이 벌겋게 변하고 뜨거움에 참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부빈 부위의 살이 밀리면서 벌건 속살이 드러났다.




"아아앗!"




정신없이 날뛰는 장한들에게 물을 쏟아 부운 사내의 피풍이 쳐들리면서 검은색 묵영들이 뻗어나갔다.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등에 쭈뼛해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귀청을 두둘겼다.




탁! 탁! 퍽! 퍽!




"피해랏."




무언가 틀어박히는 소리, 비명 소리에 실내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장한들이 벌떡 일어나 무의식중에도 검을 찾아 뽑아들고 단전과 요혈들을 가리었다. 허나 대부분의 장한들은 몸에 한 두 개씩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곳에서 이내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훈훈했던 실내에 자욱이 피내음이 흐르고 마치 욕지기를 할 것만 같은 매스꺼움이 치밀어 올랐다.


암기를 뿌린 사내의 몸이 떠오르며 장한들을 짓쳐 들어갔다. 이어 문이 꽈당 쓰러지며 사내들이 밀려 들어왔다.


느닷없는 기습으로 요혈이 뚫린 장한들은 저항조차 못하고 쓰러졌으나 한 장한은 꿋꿋이 서서 짓쳐 들어오는 사내의 수영(手影)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장한의 요혈에도 이미 손가락 크기만한 비도가 반정도 파고 들어가 있었다.




미처 기공(氣功)을 끌어올리지 못했으리라.


마지막 저항을 하는 장한의 뒤에 또 다른 사내가 접근을 하더니 들고 있는 봉으로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장한의 머리를 내리쳤다. 흡사 북을 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내리치는 사내의 얼굴로 피가 뿌려졌다. 




장한의 입에서 선지피가 덩어리체 울컥 울컥 넘어왔다.


피를 쏟으며 간신히 고개를 돌린 장한의 눈에 피를 흠뻑 뒤집어 쓴체 인상을 쓰는 악귀가 철로 된 봉을 내려치고 있었다.




그 날 흑사회의 분타 대부분이 정체 모를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았다. 이로써 흑사회의 대외 활동은 완전히 중단되는 회생불능의 피해를 입었다.


흉수들은 주로 암기를 썼다. 사천 지역에서 암기를 쓰는 괴한들이라...


명문 정파임에도 불구하고 그 폐쇄성으로 강호에 음습(陰濕)하고 상대못할 상대로 낙인되어 경원시했던 당문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용트림을 했다. 그리고 그 사건은 당가에 숨어있던 한 이물(異物)이 세상 사람에 선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             *              *




당문.




천기문(天機閣)이 열리고 천기각 내에 있던 무기와 장비가 지급되었다. 정보를 취급하는 암사각(暗事閣)에는 수많은 비둘기가 날아올랐고 요원들이 밤의 어둠을 틈타 사방으로 흝어졌다.




세가의 경계가 강화되었고 정문으로 통하는 관도를 제외한 전 지역은 기관과 절진이 발동되었다.


수뇌들은 연일 모여서 대책회의가 벌어지고 있었고 종남파로 파견된 밀정으로부터 속속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목에 종남파의 도인들이 하산을 하고 속가제자로 구성된 인물들의 심상치 않은 이동이 포착되었다.


종남파가 움직인 것이다.




*             *              *




위엄이 넘치는 당당한 풍모의 중년인과 사내다우면서도 영준한 외모의 청년이 마주 앉아있었다.


용모가 비슷한 것이 누가 보아도 그들이 한 핏줄임을 알 수 있었다.  


당패와 당종.


가주와 소가주가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혼약이라니요?"




전투에 선발대로 나아간 인원과 그 지원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고자 부친을 찾은 당종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반문하자 당패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말 그대로다. 사실 너의 나이를 생각하면 조금 늦은 감이 있지 않느냐?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당종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하지만 종남파와의 분쟁이..."




당종의 말에 당패는 안색을 침중히 굳혔다.




"그래, 나도 잘 알고 있단다. 그래서 에비는 당잔의 복수가 끝나는 대로 너의 혼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분쟁이 끝난 이후에 저의 혼인을?"




당패는 고개를 끄덕이며 굳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종아야, 너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러니 이번 분쟁에서 너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거라."




"하하! 아버님은 저를 아직도 어린아이로 보시는군요."




당종은 부친의 걱정에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십시오. 저도 당가의 소가주에 걸맞게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허! 너무 자만하지 말거라! 아무튼 너와...아니 너는 당가의 미래를 짊어진 몸이다. 혼인 문제도 막중한 것이니 일찌감치 염두에 두고 있거라."




당종은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더니 곧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아버님, 혼인 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소자는 아직 혼인에 대해 생각해본 바가 없으며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종의 말 대로 지금까지 당종은 정식으로 혼인을 한다는 사실이 약간 꺼려졌다.




물론 당종이 여인을 전혀 모르는 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당종은 종종 기루에 출입하여 기녀를 가지고 당가의 아리따운 시비 몇몇을 여러차례 범하기도 했다.




사실 당종은 혼인을 한다는 것이 여러모로 귀찮고 복잡할 것만 같았던 것이다.


물론 언젠가 하긴 해야겠지만 최대한 미루고 싶은 것이 당종의 심정이었다.


당종의 그런 속내를 까맣게 모른 채 당패는 유쾌한 듯 웃었다.




"하하하, 설마 강압적으로 혼인을 진행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냐? 걱정 말거라. 아직 진행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몇몇 곳을 생각해두고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너의 의지가 아니겠느냐?"




당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부친이 억지로 혼인을 추진시킨다면 아무리 당종이 필사적으로 반대를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자신의 의지를 존중해주어서 천만다행이었다.




"그 말씀 그대로입니다."




당패는 아들을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얼굴로 물었다.




"흐음, 혹시 이미 장래를 약속한 여인이 있느냐?"




당종은 깜짝 놀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아...아닙니다. 저는 단지..."




"하하하하! 그저 해본 말이다. 있으면 좋았을 것을...참으로 아쉽구나!"




당패는 웃음을 터뜨리며 부드러운 눈길로 아들을 바라볼 때였다. 돌연 방문이 열리고 차갑고 매서운 미부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날카롭지만 대단히 아름다운 중년미부. 당가의 안주인인 구숙정이었다.


홍색 궁장에 감싸인 그녀의 몸매는 가히 우아함과 완숙미의 극치였으며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흥!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의 혼인 문제를 나에게 알리지도 않고 멋대로 하고 있는 건가요?"




구숙정의 옥용은 싸늘하게 굳어 한기를 풀풀 날리고 있었다.


항시 자신에게 엄한 모친이 갑자기 나타나자 당종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어머님!"




갑작스러운 구숙정의 등장에 잠시 난감해하던 당패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부인, 종아의 혼인 문제는 나중에 그대에게도 알려줄 생각이었소."




구숙정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나중에...라고요? 호호, 당신 그게 정말인가요?"




"부인...나를 못 믿는 것이오? 후우, 당정과 두응향 문제도 그렇고 그저 나를 믿어주면 안 되겠소?"




당패로서는 나날이 불화가 심해지는 구숙정과 어떻게든 화해하고 부부관계를 호전시켜보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이 더욱 그녀의 마음을 분노케했다.


당패는 여인의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그만 두응향을 거론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구숙정의 눈이 한층 더 가늘고 날카로워졌다. 당패를 노려보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어딘가 광기로 빛나는 것 같았다.




"흥, 부자지간에 바쁜 모양인데 제가 방해했군요! 이만 물러가지요!"




차갑게 일갈한 구숙정은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나갔다.




구숙정이 사라지고 당종과 당패만 남은 방안은 싸늘한 분위기와 함께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당종은 어쩔 줄 몰라하며 부친의 눈치를 살폈고 당패는 피곤한 기색으로 두 눈을 감았다.


당종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차분하게 말했다.




"아버님! 소자는 어머님이 얼마나 아버님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어머님은 지금 분명 아버님이 영영 자신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에 두려워하시어 저렇게..."




"이제 물러가도록 해라."




당패는 굳은 표정으로 외쳤고 당종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당종에게 부친의 존재는 가히 하늘, 어찌 반항할 생각이나 할수 있겠는가. 당종은 공손히 예를 취한 후 방에서 물러나올 수 밖에 없었다.




"후우..."




당패는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에만 해도 부부 사이가 이렇게 냉랭하고 험악하지 않았다. 금슬이 좋았을 적에 당패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구숙정의 육체를 범할만큼 그녀를 사랑했다.


어떤 때는 격렬한 흥분으로 너무 급했던 당패가 구숙정에게 엎드려 엉덩이를 내밀게 하고는 치마를 걷어 올려 그녀의 하얀 엉덩이를 드러내게 한 뒤 고의를 벗기고 서둘러 뒤에서 삽입한 적도 있었다.


당패가 구숙정의 허리를 부여잡고 짐승처럼 헐떡이며 격렬히 양물을 출입시킬 때 그녀는 엉덩이를 높이 쳐든 자세로 쾌락에 몸을 떨었다.




구숙정의 하얀 엉덩이 사이로 자신의 불기둥이 흠뻑 젖은 채 힘차게 드나드는 광경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아들 당종이 태어난 뒤에도 당패와 구숙정의 사이는 식을 줄 모르고 더욱 열정적으로 타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게도 바로 옆에 어린 당종이 있음에도 뜨겁게 살을 섞은 적이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아기 때는 상관없었지만 당종이 4살이 됐을 때도 두 사람이 꽤 여러 번 그랬던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는데 어느 날 밤 당패와 구숙정은 욕정을 참지 못하고 대담하게도 조용히 잠든 어린 당종의 눈치를 살피면서 관계를 가졌는데 절정에 도달했을 때 아들이 잠에서 깨어난 것도 몰랐다.




당종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보게 된 것은 검은 음모를 가르고 굵직한 양물이 구숙정의 음부에 삽입되어 깊게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당패와 구숙정은 정사에 열중한 나머지 아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구숙정의 유방을 탐닉하던 당패는 귀두 부분까지 자신의 성기를 뽑아냈다가 단숨에 뿌리 끝까지 삽입했다. 


당패의 것을 뿌리까지 삼킨 구숙정의 질구가 움찔거렸고 그녀는 흐느끼듯 달콤한 비음을 토해냈다.


얄궃게도 당종은 자신이 태어난 모친의 음부와 그곳을 꿰뚫은 채 음액에 젖어 힘차게 드나드는 부친의 양물을 고스란히 보게 된 것이다.




당패가 파정 후 한동안 쾌락의 여운을 즐긴 뒤 양물을 음부에서 뽑아냈을 때 구숙정은 달콤한 신음을 내뱉었다. 


무성한 흑림 사이로 입을 쩍 벌린 그녀의 동굴에서는 허옇고 질척한 정액이 흘러나왔다.


구숙정이 상기된 얼굴로 몸을 살짝 일으키려 할 때 그녀는 자신들을 바라보는 당종을 뒤늦게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어느새 잠에서 깬 당종은 친모의 음부를 직시하고 있었다.




구숙정은 기겁하면서 얼른 벌어진 가랑이를 오무리며 이불로 몸을 가렸다. 아무리 4살 아이라지만 적나라하게 드러난 자신의 음부를 아들이 보게 놔둘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당종은 울상이 된 얼굴로 칭얼대며 모친에게 달려왔는데 당패도 당황해하며 급히 아들을 붙잡았다.


간신히 당종을 어르고 달래어 다시 재웠을 때 당패와 구숙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당패가 머쓱해할 때 구숙정의 눈매가 사납게 올라가더니 특유의 날카롭고 표독한 얼굴로 남편에게 불 같이 화를 냈었다.




"하하..."




자신도 모르게 민망한 옛 기억을 떠올린 당패는 살짝 웃었다. 그러나 어리석을 정도로 열정적이던 그 시절과 달리 지금은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전대 당가주 당화가 자신들의 주요 측근들과 함께 실종되고 자신이 새롭게 당가주로 취임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당패는 어느 순간 구숙정을 잊고 가슴 속에 두응향을 가득 채웠으며 깊이 사랑하고 열망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비밀리에 차지하게 되었다.




당종이 장성하면서부터 차츰 뜸해지던 구숙정과의 부부관계는 자연스레 끊어졌는데 당패는 자신이 오랫동안 구숙정을 품지 않고 방치해두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구숙정을 독수공방시킨 당패는 대신 열렬히 두응향을 탐했으며 그녀의 육체에 열락을 불태웠다. 그러면서도 구숙정과 당종에게 죄를 짓는 것을 잘 알기에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그러나 당패는 자신이 잘못하고 있음을 내심 깨닫는 와중에도 몰래 두응향과 벌이는 불륜의 쾌락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추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구숙정과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져 버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말았다.


표독스럽고 차가운 성품의 구숙정은 만날 때면 분노에 불타 사납게 자신에게 달려들었고 그런 그녀를 당패는 어찌할 수 없이 방치했다.




(그러나 이제 어떻게든...해야 되겠지.)




당패는 그런 생각과 함께 찻잔을 집어들었다. 문득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불길함이 피어올랐다.




복도를 걸어가는 당종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소가주가 조금 전 부친과 모친의 다툼을 생각할 때였다. 순간 냉랭한 여인의 음성이 당종의 등 뒤에서 터져 나왔다.




"흥! 꽤나 늦었구나."




당종은 흠칫 놀라며 얼른 목소리가 들려 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종의 얼굴은 은근한 두려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어머님!"




뛰어난 미모에 굴곡이 뚜렷한 풍염한 몸매를 소유하고 있는 사십대 중반의 중년미부, 구숙정이 오만하게 서있었다.


당종을 응시하는 구숙정의 눈매는 매우 날카로웠고 그녀의 전신에서는 모든 것을 얼려 버릴 듯한 냉기(冷氣)가 흐르는 듯 했다.


당종은 모친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무슨 중대한 일이라도...”




그러자 구숙정의 입가로 냉혹한 미소가 피어 오르더니 차갑게 소리쳤다.




"종아야!”




"예, 어머님!”




"너의 혼인은 내가 독자적으로 알아보고 결정할 것이다! 혼처(婚處) 또한 그러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당종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예?”




"귀가 먹었느냐? 흥, 아들의 혼사는 마땅히 이 애미가 맡아 결정해야지!”




당종은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당종이 생각하기에 지금 모친은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에 자신의 혼인을 알아서 하겠노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주저하던 당종은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이미 아버님이 저의 혼인에 대해...”




당종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구숙정의 붉은 입술 사이로 천둥과도 같은 호통이 터져나왔다.




"고얀 것! 니 애비는 중요하고 나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냐? 당가의 안주인이 누구더냐?"




이를 바득 가는 구숙정의 눈에서 새파란 독기가 내뻗혔다.


모친의 분노 어린 목소리와 보는 것만으로도 오싹한 차가운 시선을 마주한 당종은 잔뜩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원래대로라면 그저 입을 다물고 모친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여야 마땅했지만 당종은 그럴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당종은 어떻게든 구숙정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이대로 어머님의 뜻대로 놔뒀다가는 최악의 경우 당패가 가주로써의 권한과 권위를 훼손받았다고 여기며 폭발할지도 몰랐다.




"어머님, 비록 혼인 문제이긴 하나 그러한 일로 아버님과 어머님이 서로 대립하게 된다면 시끄러워질 것입니다. 거기에 아버님에게 말했다시피 소자의 혼인 문제는 서두를 일이 아니...”




싸늘함이 감도는 구숙정의 아름다운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언제나처럼 자신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 생각한 당종의 예상 밖 모습에 구숙정의 눈꼬리가 한층 더 위로 치켜올라가며 섬뜩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의 차가운 음성이 주변을 날카롭게 찢었다.




"시끄럽다! 네가 이 어미의 말을 거스를 셈이냐?”




당종이 허둥대며 세차게 고개를 내젓고는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




"아, 아닙니다! 소자가 어찌 감히...”




머리를 조아린 당종의 이마에 굵은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런 아들을 내려다보는 구숙정의 얼굴은 냉랭하기만 했다.


얼마간 차갑고 날카로운 눈으로 당종을 내려다보던 구숙정의 입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 또한 나를 박대하는 것이냐? 감히! 내가 사천당가의 가모(家母)임을 결코 잊지 말거라!”




구숙정의 사나운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앙칼친 외침에 당종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소자가 어찌 한시라도 어머님의 은혜를 잊겠습니까?”




당종이 얼른 그렇게 말했지만 구숙정은 여전히 분노가 가시지 않은 듯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노려보았다.




"흥! 명심하거라! 너의 혼사는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알겠느냐?”




"예, 어머님.”




당종은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문득 당종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자신의 혼사를 전적으로 어머님이 담당한다면 어쩌면 자신의 부인은 어머님처럼 도도하고 독살스러운 성정의 여인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그렇다면 당종이 어머님 앞에서 고양이 앞의 쥐 신세였던 것처럼 꼼짝없이 부인에게 눌려 살아야 될 것이다.




"그만 물러가거라!”




어느새 안색이 창백해진 당종은 모친의 호통에 허둥지둥 쫓기듯 급히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구숙정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이며 사천당가의 소가주인 당종의 혼인을 당가 내에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후후!"




구숙정의 붉은 입술로 터져 나온 지극히 차갑고 냉막한 웃음.




만약 그녀의 가문인 섬서구가(陝西邱家)가 큰 힘을 발휘하는 곳을 당종의 혼처로 정한다면 당가의 실권은 서서히 그녀에게 집중될 것이 분명했다.




(단순히 사천당가의 가모가 아니라...내가 당가의 뜻을 대변하게 될 것이다!)




구숙정의 두 눈은 야심(野心)에 찬 빛으로 번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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